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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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혈세 빨아먹을 '퐁피두 분관', 부산시의회 6일 만에 '충격 번복'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인 '퐁피두 국립예술문화센터 부산 분관' 건립이 시의회 상임위원회라는 첫 관문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그 후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연간 수십억 원의 막대한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시민적 공감대 없이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사업의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원석, 반선호 부산시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민의 혈세로 막대한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사업을 소통도 없이 강행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박형준 시장이 퐁피두 센터와의 양해각서(MOU)조차 비공개로 체결하며 시민의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했으며, 지역 예술계의 생존권 위협과 환경 훼손 우려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요구는 단호하다. "밀실 행정과 불투명한 절차, 무책임한 재정 운용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내년 예산 편성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시의회를 향해서도 "시민의 뜻에 반하는 공유재산 심의 결과를 본회의에서 보류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러한 격렬한 반발의 배경에는 지난 9일 열린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의 결정이 있다. 위원회는 '퐁피두 부산 분관 행정자산(취득) 계획안'을 가결 처리했다. 불과 6일 전인 3일, "더 면밀하고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스스로 심사를 보류했던 사안을 번복한 것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어떤 극적인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부재한 가운데, '우여곡절 끝 통과'라는 표현 뒤에는 석연치 않은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논란의 가장 큰 핵은 단연 '돈' 문제다. 부산시가 스스로 내놓은 사업 수지 분석 자료에서조차 연간 76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이는 최소 추정치일 뿐, 실제 운영 과정에서 적자 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글로벌 문화시설 유치라는 화려한 명분 아래, 그 재정적 부담을 고스란히 시민들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불통 행정' 논란은 기름을 붓고 있다. 지역 야권과 문화예술계는 사업 구상 단계부터 유치 과정 전반에 걸쳐 시민과 지역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주장한다. 부산의 문화 정체성과 생태계를 고려하기보다는, 외부의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는 데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조유장 부산시 문화국장이 "운영 적자 해소 방안을 찾고, 시민사회 및 지역 미술계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의회 상임위 문턱은 넘었지만, 퐁피두 분관은 이제 본회의 표결과 예산 심사라는 더 큰 산을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문화도시 부산'이라는 청사진과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이 논란은 당분간 부산 지역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