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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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의 '푸틴 사랑', 달력에서 시진핑은 지워졌다

 북한이 2026년도 대외 선전용으로 제작한 달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부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북한의 현재 외교적 우선순위와 대중(對中) 관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선전물에서 특정 인물의 존재감은 곧 정치적 위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문제의 달력은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해외에서 받은 선물을 전시하는 '국제친선전람관'의 소장품을 월별로 소개하는 형식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국제적 위상이 높다는 점을 체제 내부에 선전해왔다. 하지만 올해 달력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이후 다섯 차례나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선물이 단 한 점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달력의 2월과 8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소총과 장식판이 비중 있게 실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격히 밀착하고 있는 북러 관계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1991년 장쩌민 당시 총서기가 김일성에게 선물한 옥 공예품이 유일하게 등장했을 뿐, 현재의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내용은 전무했다.

 

이러한 '온도 차'는 북한 선전매체의 일관된 태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김 위원장이 각국 정상에게 보낸 연하장을 보도하면서 푸틴 대통령과는 축전을 주고받은 사실을 상세히 공개한 반면, 시 주석은 다른 국가 정상들과 함께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이라는 직함으로만 짤막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북한 선전물에서 특정 대상의 부재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된 '관계의 공백'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반영되는 북한 매체의 특성상, 이번 달력 사태는 시진핑 주석과 중국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상당한 불만이 표출된 신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푸틴은 두 번, 시진핑은 제로'라는 달력의 구성은 현재 북한 외교의 무게 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소홀히 다루면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결속을 과시하는 것은 향후 동북아 정세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