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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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금 ‘7박 8일’ 밤샘 전쟁 중

2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른 2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거대한 전쟁터로 변했다. 여야가 향후 7박 8일 동안 이어질 무제한 토론 즉 필리버스터 대결에 전격 돌입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회기가 종료되는 다음 달 3일까지 소위 3차 상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개혁 법안과 민생 법안을 차례로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다수당의 입법 독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여야의 대치가 가팔라지면서 당초 내달 9일까지 처리를 목표로 했던 대미투자특별법 등 주요 현안들이 줄줄이 유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이번 입법 전쟁의 첫 번째 격전지는 3차 상법 개정안이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 법안은 금융과 자본시장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에 이를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에 대한 보상이나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둔다. 이때도 이사 전원이 서명하고 날인한 보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할 핵심 열쇠라고 주장하고 있다. 첫 찬성 토론자로 나선 오기형 의원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더는 투자자의 뒤통수를 치는 시장이 아니라는 기대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회가 단순히 대주주의 거수기가 아닌 책임 있는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첫 반대 토론자로 나선 윤한홍 의원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이 대화와 논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전략은 치밀하다.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통해 하루에 한 건씩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이를 강제 종료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25일 오후 상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한 뒤 법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개혁 법안들을 차례로 상정할 예정이다. 이어 전남 광주 통합 특별법과 아동수당법 개정안 등 지역 및 민생 법안까지 2월 국회 안에 몰아치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민주당의 행보에 격분하며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의 부당성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동시에 이번 주 예정된 모든 상임위원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본회의 전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구 경북 행정통합법이 보류된 것을 두고 여당 의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 처리를 무산시키고는 그 책임을 여당에 전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여야의 감정 골이 깊어지면서 국가 경제의 사활이 걸린 대미투자특별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행정부의 거센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안은 적어도 내달 9일까지는 처리되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미투자특위의 운영권을 쥐고 있는 국민의힘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에 나서면서 심사 자체가 중단될 위기다. 자칫하면 여야의 정쟁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선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색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본회의 사회권을 상임위원장에게 이양한 것이다. 이는 필리버스터 도중 의장이 상임위원장에게 사회권을 넘길 수 있도록 한 지난달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다. 우 의장은 이학영 부의장과 밤낮으로 맞교대하며 의사 진행을 해왔으나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사회권 이양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의장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고 아쉽다는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현재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며 야당 의원들의 비판 섞인 토론을 묵묵히 경청하고 있다. 7박 8일간의 긴 싸움이 시작된 국회는 이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저지 투쟁 중 과연 누가 민심의 지지를 얻게 될지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쟁에 밀려난 대미투자특별법 등 민생 법안들이 제때 처리될 수 있을지가 이번 2월 국회의 성패를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