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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약도 없다"… 오세훈, 공천 신청 '보이콧' 초강수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이 단순한 공천 신경전을 넘어 당의 존립을 위협하는 권력 투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동혁 대표 체제의 전면적인 쇄신 없이는 선거에 나설 수 없다며 공천 신청을 끝내 보류하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이른바 ‘절윤(絶尹·윤석열 대통령과의 단절) 결의문’ 발표 이후에도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넘어 텃밭인 영남권에서조차 흔들리자, 오 시장이 ‘당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지도부를 향해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의 이번 결단 배경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지난 일요일 김 전 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당의 현 상황과 지방선거 승리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은 현재의 장동혁 체제 하에서는 어떤 처방을 내놓아도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대오각성할 수 있도록 오 시장이 강력한 배수진을 쳐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이 요구한 핵심 조건은 ‘혁신 선거대책위원회’의 조기 출범과 인적 쇄신이었다. 단순히 선거를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장 대표 측이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자, 오 시장은 결국 추가 접수 시한까지 신청서를 내지 않으며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오 시장은 “무소속 출마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최소한의 변화 조짐이라도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며 공을 다시 지도부로 넘겼다.

 

문제는 장동혁 지도부가 야심 차게 꺼내 든 ‘절윤 결의문’ 카드가 민심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2주 전과 동일한 17%에 머물렀다. 이는 장동혁 체제 출범 이후 최저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부 지표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지역,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에 열세를 보이는 ‘전멸’ 위기다. 이는 전통적인 지지층마저 현재의 여당 지도부에 등을 돌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당권파를 중심으로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만 외치는 ‘절윤’ 선언만으로는 떠나간 민심을 잡을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수세에 몰린 장동혁 대표는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당내 모든 징계 논의를 중단하자며 일종의 휴전을 제안했다. 한동훈 전 대표와 대구에 동행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된 친한계 인사 7명에 대한 징계를 보류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장 대표는 “제대로 된 대여투쟁을 통해 승리를 위해 힘을 모을 때”라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시장과 비주류 측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쇄신안인 ‘윤민우 윤리위’ 해체나 지도부 인적 청산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갈등의 불씨를 잠시 덮어두는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추가 공모의 여지를 열어두며 오 시장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시장마저 등판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참신한 인재 영입은 고사하고 기존 인물들조차 출마를 주저하는 ‘구인난’이 가속화되고 있다.

 

장동혁 호는 출범 이후 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지지율 추락과 텃밭 민심 이반, 그리고 유력 대권 주자급인 서울시장의 보이콧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오 시장의 ‘배수진’이 당의 쇄신을 이끌어낼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여권 분열의 신호탄이 되어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질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변화 없는 지도부와 변화를 요구하는 후보 사이의 치킨게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