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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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10곳 압승, 교육지형 뒤집혔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실시된 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 성향 후보들이 10개 지역을 석권하며 교육계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었다. 4년 전 보수와 진보가 팽팽하게 맞섰던 지형은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진보 우위로 완전히 돌아섰다. 특히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주요 대도시에서 진보 진영이 승기를 잡으면서 향후 국가 교육 정책의 흐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결과는 개별 후보의 정책적 매력보다는 현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정치적 구도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과 주요 격전지에서는 현직 교육감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서울의 정근식 후보는 보수 진영의 단일화 실패를 틈타 재선에 성공했으며, 부산의 김석준 후보는 전국 최초 4선 고지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인천의 도성훈 후보 역시 보수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3선 안착에 성공했다. 이들은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으며, 현직 프리미엄이 선거판을 흔드는 핵심 변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보수 진영이 장악했던 경기와 강원, 제주 지역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 진영으로 깃발이 바뀌었다. 경기도에서는 안민석 후보가 현직 임태희 후보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고, 강원과 제주에서도 각각 강삼영, 고의숙 후보가 보수 현직들을 밀어내고 교체에 성공했다. 이들 지역의 정권 교체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보수 진영은 대구와 경북, 충북 등 전통적인 강세 지역을 수성하는 데 그치며 세력 확장에 실패했다.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복귀함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개혁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 강화와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 및 외고의 일반고 전환 등 진보 진영의 핵심 공약들이 정부 기조와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역시 진보 색채가 짙어지면서 교육부와의 정책 공조가 한층 긴밀해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 전문가들은 내신 및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등 민감한 교육 현안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무관심과 정보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 특성상 후보들의 이름조차 모르는 '블랙아웃'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되풀이됐다. 여론조사마다 부동층이 과반을 넘나들었고, 정책 대결보다는 후보 간 고소·고발과 비방전이 난무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감 선거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직선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정책 토론회를 의무화하거나, 교사들이 공약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질과 비전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투표소로 향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교육 자치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는 끝났지만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막 시작된 모양새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