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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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광주서 "부족해서 죄송" 고개 숙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3 지방선거를 마친 뒤 첫 공식 지역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고개를 숙였다. 1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 민주묘지를 찾은 정 대표는 지역구 의원 및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인들과 함께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현장에는 전남·광주 지역 정계 인사들이 대거 집결해 정 대표를 맞이했으나, 평소와 달리 무겁고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 대표는 도열한 관계자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참배단으로 향하며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참배에 앞서 작성한 방명록에는 내란 잔재의 철저한 청산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강조하는 문구가 담겼다. 이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현 정부의 성공과 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당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정 대표의 정치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헌화를 마친 뒤에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등과 동행하며 윤상원, 박관현 열사 등 주요 희생자들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지난달 기념식 당시와 비교해 눈에 띄게 말을 아끼며 시종일관 침묵을 지킨 점이 인상적이었다.

 


참배를 마친 정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부족함에 대해 성찰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민주화 영령들 앞에서 민주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죄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계엄군의 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근 겪었던 비상계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 또한 광주 정신에 있음을 역설했다.

 

이번 광주 방문은 지방선거 이후 흩어진 당심을 결집하고 호남이라는 전통적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정 대표는 우리가 누리는 현재가 선배 열사들이 갈망하던 미래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더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당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광주 영령들의 뜻을 받들어 당을 쇄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 대표의 광주 행차는 지난달 18일 기념식 참석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루어졌다. 선거 승패를 떠나 가장 먼저 민주주의의 성지를 찾음으로써 당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지지층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묘역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정 대표는 안내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고, 동행한 의원들 역시 엄숙한 태도로 참배 일정에 임하며 정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다.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정청래 대표는 곧바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본격적인 지역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이후 이어지는 비공개 일정에서도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선거 이후의 정국 구상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번 광주 방문을 기점으로 지방선거 이후의 혼란을 수습하고, 헌법 전문 수록 등 핵심 과제 추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