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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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선관위 개혁안 두고 당내 계파 충돌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투표용지 누락 사태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나, 당 내부에서는 각론을 두고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선관위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재선거 실시 여부와 사전투표제 폐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사이의 시각차가 뚜렷하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가동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당의 공식 입장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으면서 개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건강 회복 후 복귀하자마자 지방선거 재선거 추진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다시금 천명했다. 장 대표는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된 만큼 일부 지역에서의 재투표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원내 지도부의 기류는 사뭇 다르다. 정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수 의원은 현실적인 행정 비용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때 재선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역시 장 대표의 행보를 의원총회 결정을 뒤집는 해당행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전투표 제도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도 당내 갈등의 또 다른 축이다. 장 대표는 선관위 노조조차 사전투표 폐지를 언급했다는 점을 들어 본투표 기간 연장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제도 폐지를 압박하고 있다. 야당이 사전투표 유지를 고집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교대 근무자나 생업에 종사하는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아 지도부 내에서도 온도 차가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당내 연구모임인 '정책2830'은 토론회를 열어 선관위 통제 장치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섰다. 최형두 의원은 주요 선진국들이 본투표 중심의 선거제를 운영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전투표의 근본적인 재설계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형수 의원은 선관위원장의 상임화와 국회의 상시 감사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제안하며, 헌법 개정 없이도 가능한 실무적인 제도 개선부터 착수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현재 국민의힘이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지점은 야당 추천 인사가 배제된 특검 도입뿐이다. 하지만 특검 이후의 로드맵에 대해서는 재선거 실시파와 구조 개혁 우선파로 나뉘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대전제에는 이견이 없으나, 정작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청사진은 계파별 이해관계에 따라 파편화되어 있다. 이는 선관위 개혁이라는 거대 담론이 당권 향배와 맞물리며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수 진영이 선관위 비판을 넘어 실현 가능한 개혁안을 조속히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검과 국정조사가 과거의 잘못을 파헤치는 과정이라면, 제도 개선은 미래의 선거 신뢰도를 확보하는 본질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내부 이견을 조율하지 못한 채 엇박자를 계속 낸다면, 선관위 개혁이라는 명분은 퇴색되고 야권의 역공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이제 단일화된 개혁안을 통해 보수의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