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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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청문회, 안보관 공방 발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25일 실시한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증인 채택 불발과 후보자의 안보관을 둘러싼 여야의 날 선 대립으로 얼룩졌다. 국민의힘은 주요 증인이 배제된 이번 청문회를 실효성 없는 '맹탕'으로 규정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요구가 과도한 정치 공세라며 후보자 방어에 주력했다. 특히 6.25 전쟁 76주년 당일에 열린 청문회인 만큼 후보자의 국가관을 검증하려는 야당 의원들의 압박 질의가 오전 내내 이어졌다.

 

야당 간사인 강승규 의원은 증인과 참고인이 전무한 상태로 진행되는 청문회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가 네이버 부사장 시절 성남FC에 40억 원을 후원한 사건을 뇌물 공여 의혹으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여당 간사인 김한규 의원은 야당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정쟁의 장으로 청문회를 악용하려 한다고 맞서며, 후보자 개인의 자질과 무관한 자료 요청이 남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보관 질의 과정에서는 한 후보자의 답변 실수가 나오며 회의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주적 개념을 묻는 질문에 한 후보자가 북한을 위협이자 동포라는 이중적 관계로 규정하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자 야당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6.25 전쟁의 성격을 묻는 말에 순간적으로 '북침'이라고 답했다가 즉시 '남침'으로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총리 후보자로서 기본적 안보관이 결여된 것 아니냐며 몰아붙였고, 여당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답변이라며 후보자를 엄호했다.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한 후보자가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청문회를 앞두고 보유 중인 다주택과 토지를 급하게 매각한 경위에 대해, 한 후보자는 민간인 시절과 공직자의 잣대가 다름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해명했다. 특히 양평 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처분한 점과 종로구 건물의 불법 증축 문제 등 도덕성 결함 지적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과거 장관 재직 시절 발생한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년들의 소중한 아이디어와 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참사'로 규정하며, 당시 책임자였던 한 후보자의 관리 부실과 은폐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한 후보자는 당시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다시 한번 사과했지만, 야당은 출근길 사과만으로 면죄부를 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책임 소재 파악을 위한 자료 제출을 강하게 압박했다.

 

청문회는 오후에도 후보자의 경영 이력과 공직 수행 적합성을 둘러싼 치열한 검증을 이어갔다. 여당은 한 후보자의 정보통신기술 분야 전문성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부각한 반면, 야당은 도덕성과 안보관의 결격 사유를 들어 총리로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가늠할 이번 청문회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여야의 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