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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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찰밥 노점' 퇴출 면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선거 과정에서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던 부산 구포시장의 이른바 '찰밥 할머니'가 노점 폐쇄 위기를 벗어났다. 부산 북구청은 최근 해당 노점에 대해 내렸던 강제 철거 방침을 철회하고 설치했던 금지 표지판을 모두 제거했다. 이번 결정은 생계형 노점에 대한 과도한 행정력 집행이라는 시민들의 거센 항의와 정치적 보복 논란이 확산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말 북구청이 불법 노점 단속 민원을 근거로 김복악 씨에게 자진 철거 계고장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구청 측은 보행권 확보와 민원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김 씨의 노점이 한 의원의 당선에 기여한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에서 논란이 증폭됐다. 특히 노점 바로 앞에 '노점 금지' 입간판까지 세워지자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편파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며 구청에 민원이 폭주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명희 북구청장은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정 구청장은 실무진의 보고를 뒤늦게 받았다고 해명하며, 이번 조치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판단하에 즉각적인 철거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구청 측은 향후 강제적인 수단보다는 구두 계도를 통한 유연한 관리 방식을 택하겠다며 기존의 강경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김 씨는 지난 총선 당시 시장을 찾은 한 의원에게 토마토와 찰밥을 건네며 대중의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다. 특히 길가에 주저앉아 할머니가 싸온 음식을 먹는 한 의원의 모습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정치적 화제를 모았다. 한 의원은 당선 이후에도 김 씨를 다시 찾아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해당 노점은 단순한 상점을 넘어 지지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성지처럼 여겨져 왔다.

 


한 의원은 최근에도 해당 노점을 방문해 할머니가 건넨 과일을 먹으며 변함없는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노점 단속 논란이 자칫 야권 유력 인사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구청 측이 여론의 향배를 살피다 빠르게 태도를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입간판 철거 이후 시장 상인들과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안도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구포시장 내 김 씨의 노점은 다시 정상적인 영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입간판이 사라진 자리에는 평소처럼 토마토와 깻잎 등이 놓였다. 북구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생계형 노점 단속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한편 한 의원 측은 이번 행정 철회 과정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