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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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당명 개정, 간판보다 맛이 먼저?

 조국혁신당이 오는 25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당명 개정 문제를 두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창당의 핵심 동력이었던 조국 전 대표가 지난 총선 낙선 이후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당의 간판을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상징을 찾아야 할지를 두고 후보들 간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는 단순히 명칭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향후 야권 내에서의 독자적인 생존 전략인 '자강론'과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실용론'이 충돌하는 지점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당명 변경이 혁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오히려 지지 기반을 흔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차규근 의원은 당명 개정 논의 자체에는 열려 있으나 그 시점은 조국 전 대표의 복귀 이후가 되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차 의원은 현재 시점에서의 성급한 개정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당의 최대 전략 자산인 조 전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의 자강이 단순히 우리끼리 뭉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유능함을 증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당명 변경보다는 정책적 효능감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황현선 전 사무총장은 당명 개정에 대해 더욱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며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황 전 총장은 식당의 간판만 바꾼다고 해서 손님이 늘지 않는다는 비유를 들어, 현재 당에 필요한 것은 메뉴 개발과 상권 분석 같은 내실 다지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과거 민주당과의 합당론이 당에 독이 되었다고 평가하며, 자강 없는 합당은 굴욕적인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원들의 동의 없는 명칭 변경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그의 주장은 당내 강경 자강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신장식 권한대행 역시 당명 변경을 통한 국면 전환 시도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신 권한대행은 간판 교체가 변화를 가장하기에는 좋은 방법일지 모르나, 국민에게 선보일 새로운 정치적 상품과 노선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혁신당이 한국 정치의 왼쪽 운동장을 넓게 쓰는 독자적인 노선을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차원에서도 이번 대회에서 당명 변경을 정식 의제로 다루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관련 논의는 새 지도부 선출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는 자강의 방법론을 두고도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황 전 총장이 민주당과의 관계에서 '서서 들어갈 것인가, 기어서 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를 언급하며 강력한 독자 노선을 강조했다면, 다른 후보들은 보다 유연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노선 투쟁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원들의 표심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조국 전 대표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는 현재의 당명을 유지하는 것이 당의 확장성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선출될 새 지도부는 당명 개정이라는 난제를 즉각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후보들은 각기 다른 자강론을 내세우며 당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선 갈등을 어떻게 통합으로 이끌어낼지가 향후 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핵심 과제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명 유지와 개정 사이의 선택을 포함한 중장기적 생존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