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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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배재고에 화환 "5·18 모욕 아냐"

 고교 야구 경기장에서 불거진 특정 지역 비하 논란이 정치권의 가세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은 최근 5·18 민주화운동 모욕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은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를 옹호하며 학교 교문에 응원 화환을 보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스타벅스 언급과 광주 비하 사이의 상관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학생들을 향한 징계가 과도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스포츠 현장의 에티켓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역사적 금기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이념 대립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외친 특정 구호였다. 선수들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과거 스타벅스의 마케팅 사례와 결부되어 5·18 희화화 의도로 해석됐다. 과거 해당 커피 브랜드가 사용한 특정 문구가 탱크를 연상시켜 광주의 비극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고등학생 선수들이 상대 팀의 연고지를 겨냥해 이 같은 비유를 사용한 것은 명백한 조롱이자 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태가 커지자 징계 기관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협회는 배재고 야구팀에 대해 6개월간 전국대회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확정했다. 이는 관련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로, 사실상 학생 선수들의 진학에도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는 결정이다. 학교 측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호를 주도한 학생들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자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혐오 발언을 뿌리 뽑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진숙 의원은 이러한 징계 흐름을 '생각에 수갑을 채우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화환 문구를 통해 스타벅스와 5·18이 무슨 관계냐며 따져 물었고, 공포에 질려있을 미래 세대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과거 방통위원장 시절 자신을 향했던 지지 화환들을 언급하며, 이번 배재고 학생들에 대한 옹호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인사의 이러한 개입은 징계의 정당성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거센 찬반 논란을 재점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배재고등학교 측은 정치권의 논란과는 별개로 사태 수습을 위한 실질적인 행보를 택했다. 학교장과 야구부 감독, 학부모, 그리고 선수단 전원은 오늘 광주를 직접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이들은 경기 상대였던 광주제일고를 찾아 고개를 숙인 뒤, 국립 5·18 민주 묘지를 참배하며 역사 교육의 부재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학교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과 스포츠맨십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스포츠 현장에서 시작된 실언이 징계와 정치적 공방, 그리고 현장 사과로 이어지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야구계는 이번 징계가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이정표가 되길 기대하고 있으나, 정치적 해석이 덧씌워지면서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재고 야구부의 광주 방문이 진정성 있는 화해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진숙 의원의 화환 정치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선수들의 출전 정지 기간이 시작되면서 이번 논란은 체육계 전반의 인권 교육 강화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