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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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계엄 당시 경찰이 막아…당 방해 없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대거 불참한 원인을 두고 법정에서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의원들이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당 차원의 조직적 방해가 아니라 경찰의 물리적 차단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대구시장의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당시 여권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 불을 지폈다.

 

안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국회로 향했으나 자정 무렵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경찰이 모든 출입구를 봉쇄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경찰의 제지로 국회 진입이 불가능해지자 자연스럽게 여의도 내 유일한 대안이었던 중앙당사로 발길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추 시장 명의로 발송된 의원총회 소집 메시지가 집결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한 점에 대해서도, 긴박한 현장 상황에 따른 조치였을 뿐 표결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옹호했다.

 


재판의 쟁점 중 하나인 '누가 먼저 당사 집결을 지시했는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 안 의원은 당시 한동훈 대표가 경찰의 국회 통제 상황을 고려해 당사로 모이자는 의견을 처음 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는 추 시장이 독단적으로 의원들을 당사에 묶어두려 했다는 특검 측의 공소 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안 의원은 원내대표가 대표의 결정에 따라 실무적인 소집 공지를 전달했을 뿐이라며 두 지도부 간의 엇박자 설을 일축했다.

 

특검팀은 야당 의원들의 높은 참석률과 대조되는 여당의 불참률을 근거로 추 시장의 책임론을 거세게 압박했다.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90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경찰 통제라는 변수 외에 지도부의 의도적인 유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담을 넘는 등 비정상적인 경로로 진입한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며, 여당 의원들은 공당의 일원으로서 공식적인 통로를 이용하려다 차단당한 것이라고 맞섰다.

 


추 시장 측 변호인은 안 의원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본회의 개의가 급박하게 이뤄진 점과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의원들이 경찰의 저지를 뚫고 본회의장에 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안 의원은 당사의 공지 여부와 상관없이 국회 진입이 막힌 상황에서는 당사로 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며 추 시장의 방해 혐의와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번 증언을 바탕으로 당시 여권 내부의 긴급 연락망 가동 경위와 실제 경찰의 통제 수위가 의원들의 투표권 행사에 미친 영향을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특검은 향후 공판에서 당시 당사 상황을 목격한 다른 의원들을 상대로 추가 신문을 진행해 추 시장의 의도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재판은 오는 15일 서병수 전 의원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이어지며, 계엄 당시 여당 지도부의 행적을 규명하기 위한 심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