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1500톤 폐현수막, '억' 소리 나는 사업으로 탈바꿈

현수막은 매년 약 6,000톤이 배출되는 대표적인 일회용 옥외광고물로, 2024년 기준 폐현수막 발생량은 5,408톤에 달한다. 그러나 재활용 비율은 33.3%에 그쳐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나 전국동시지방선거 같은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있는 해에는 현수막 발생량이 급증하는데,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만 약 1,557톤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행안부는 폐현수막이 주로 폴리에스터(PET) 소재로 제작되어 적절한 처리 과정을 거치면 고품질 재생원료로 활용 가능한 '잠재 자원'임에 주목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수거부터 분류, 가공, 제품화에 이르는 전 과정의 재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기업과 지자체 간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다.
구체적인 협력 체계를 살펴보면, 지자체는 지역 내 폐현수막을 수거하고 자체 재활용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를 세진플러스와 SK케미칼에 공급한다. 세진플러스는 이를 차량 내장재나 건축자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하고, SK케미칼은 플라스틱 원료로 생산해 자사 제품 제조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SK케미칼은 이 재생 원료를 통해 유럽연합(EU)의 친환경 포장재 기준(PCR 30% 이상 사용, 플라스틱세 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벨롭은 해당 원료로 의류, 가방, 새로운 형태의 현수막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개발하고, 카카오는 재활용 소재로 제작된 책상과 의자를 취약계층 아동에게 기부하는 한편 자사 플랫폼을 통해 폐현수막 제품의 유통과 판매도 지원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5개 지자체에서 약 195톤의 폐현수막을 재활용하고, 처리비용을 절감해 지역-기업 간 협업 모델로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향후에는 환경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해 재활용 제품 사용 확대와 관련 지침 마련 등 제도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보는 "폐현수막 전 주기에 걸친 자원순환 시스템을 통해 환경을 살리고, 새로운 친환경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그동안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되어 온 폐현수막을 탄소 배출과 발암물질 유발 없이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함으로써 환경보호와 자원순환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자체와 민간기업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재활용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