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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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IP 되려고 앱에서 돈 쓴다? 신세계의 '역발상' 통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8월 야심 차게 선보인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 '비욘드신세계'가 출시 100일 만에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비욘드신세계는 오픈 100일 만에 누적 방문 고객 수 53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하루 평균 5만에서 6만 명의 고객이 꾸준히 앱을 방문한 결과로, 단순한 초기 흥행을 넘어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백화점 영업이 종료된 시간대에 앱을 이용하는 고객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욘드신세계가 단순한 쇼핑 채널을 넘어 고객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드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욘드신세계의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기존 백화점 앱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접근법에서 비롯되었다. 과거 대부분의 백화점 앱이 상품 정보를 나열하고 큐레이션을 전시하는 '온라인 쇼룸' 역할에 그쳤던 것과 달리, 비욘드신세계는 앱 내에서 직접 결제까지 가능한 원스톱 쇼핑 환경을 구축했다.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한 이 전략은 앱의 실질적인 사용성을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진행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흥행에 불을 지폈다. 비욘드신세계에서 구매한 금액 전액을 백화점 VIP 선정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이 이벤트는, 충성도 높은 우량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유인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그 결과, 11월 들어 11일까지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80% 이상 급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신세계는 데이터에 기반한 발 빠른 후속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비욘드신세계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50%를 스포츠 카테고리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오는 23일까지 인기 스포츠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하는 '스포츠위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인기 브랜드는 물론, K2, 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까지 대거 참여해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재고를 소진하는 차원을 넘어, 플랫폼의 핵심 고객층이 선호하는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의 공격적인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포츠위크가 끝나는 24일부터 30일까지는 곧바로 '키즈위크'를 열어 가족 단위 고객 공략에 나선다. 이와 함께 '얼리비욘드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의 출석 이벤트도 병행한다. 11월 한 달간 7일 이상 앱에 출석한 고객에게 12월에 사용할 수 있는 20%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고 재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를 촘촘하게 설계했다. 이처럼 비욘드신세계는 단순한 온라인몰을 넘어, 오프라인 백화점의 VIP 시스템과 연동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타겟 마케팅을 펼치며 유통업계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맥도날드 저격'하며 태어난 그 운동, 미국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다

임의 중심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가 떠오르고 있다. ‘성스러운 강’이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팜 투 포크(Farm-to-Fork,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맥도날드에 대항하며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미국 서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워서, 슬로푸드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테라 마드레(어머니의 땅)’ 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밖인 바로 이곳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이는 새크라멘토가 단순한 미식 도시를 넘어,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에 맞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구심점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새크라멘토가 이처럼 ‘미국의 팜 투 포크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1852년의 대홍수가 시에라산맥의 비옥한 퇴적물을 센트럴밸리 전역으로 실어 날랐고, 새크라멘토강과 아메리카강이 만나는 풍부한 수량, 강렬한 햇살과 서늘한 저녁 기후가 더해져 농사를 위한 최적의 땅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도시 반경 100km 안에서 거의 모든 식자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요리사의 천국’이 탄생했다.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90% 이상, 세계 3대 자포니카 쌀 생산지, 미국 최대 캐비어 양식장이 이곳에 있으며, 토마토, 올리브, 와인 등도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파머스마켓에 들어서는 순간,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패티와 갓 구운 빵, 신선한 농작물이 뒤섞여 뿜어내는 풍요로운 향기는 이 도시가 가진 땅의 힘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이처럼 거대한 농지가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몇몇 선구자들의 ‘가벼운 우연’과 ‘열정적인 모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민 2세대 농부였던 레이 융이 우연히 얻은 둥근 토마토 씨앗을 심었다가 밭 전체를 뒤덮자, 처리를 위해 현지 레스토랑에 직접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팜(농장)’에서 ‘포크(식탁)’로 이어지는 직거래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 여기에 ‘요리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린 식료품점 아들 대릴 코르티가 가세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누비며 당시 미국에는 생소했던 파르메산 치즈, 트러플, 발사믹 식초 등을 들여와 새크라멘토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들의 노력이 씨앗이 되어 2012년, 케빈 존슨 전 시장은 새크라멘토를 ‘미국 팜 투 포크 운동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새크라멘토의 철학은 결국 ‘시간의 회복’으로 귀결된다. 세계적인 셰프 엘리자베스 포크너는 테라 마드레 행사에서 “내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패스트푸드”라며, 아이들의 ‘인앤아웃 햄버거’ 타령에 씁쓸해했다. 그녀에게 패스트푸드와의 싸움은 곧 자신의 요리를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다. 포크너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 농부와 어부를 직접 만나 제철 식재료를 확인하는 것을 요리의 첫걸음으로 삼는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생산자와의 관계를 맺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는 슬로푸드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멕시코계,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들이 기른 작물이 스페인 음식에 매료된 요리사의 손에서 파에야로 재탄생하는 새크라멘토의 식탁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시간’ 그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