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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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20배 올랐는데, 인기는 여전히 '1위'…소주의 무서운 저력

 지난 55년간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며 '국민 술'로 자리매김한 소주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상전벽해 수준의 변모를 겪었다. 가격은 20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알코올 도수는 반대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며 독한 술의 대명사에서 '부드러운 술'로 이미지를 완전히 바꿨다. 한국물가정보가 창립 55주년을 맞아 발간한 『종합물가총람』은 1970년부터 2025년까지 소주의 역사를 통해 우리 사회와 생활 물가의 변화를 흥미롭게 조명했다.

 

기록에 따르면 1970년, 360ml 소주 한 병의 가격은 65원이었다. 지금의 화폐 가치로 보면 매우 저렴하게 느껴지지만, 당시 쇠고기 한 근이나 쌀 한 되 가격과 비교하면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 이후 소주 가격은 경제 성장과 함께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1975년 100원대를 넘어섰고, 88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350원, 1996년에는 510원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600원대에 진입했으며, 2004년에는 드디어 1000원 선을 돌파했다. 그리고 2025년 11월 현재,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1260원에서 1340원 수준으로, 55년 전과 비교하면 약 20배가량 오른 셈이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꾸준히 낮아졌다. 1920년대 처음 등장한 증류식 소주는 35도에 달하는 독주였고, 1960년대까지도 30도 소주가 일반적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25도 소주가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마저도 요즘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도수다. 본격적인 '도수 인하' 경쟁은 1990년대에 시작되어 23도, 21도 제품이 차례로 등장하며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2006년에는 마침내 20도의 벽이 깨진 19.8도 제품이 출시되며 '20도 이하 소주' 시대를 열었고, 2010년대 중반에는 17도대, 2019년에는 16도대 소주가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급기야 2023년에는 14.9도 제품까지 등장하며 역대 최저 도수를 기록, 소주가 점점 '음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가격은 오르고 도수는 낮아지는 극적인 변화 속에서도 소주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변치 않았다. 2023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음주자 중 52%가 가장 좋아하는 술로 소주를 꼽아 38%에 그친 맥주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결국 소주의 55년 역사는 단순히 한 주류 제품의 변천사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의 입맛, 그리고 서민들의 경제 상황까지 고스란히 반영하며 함께 울고 웃어온 우리 생활 물가의 생생한 기록인 셈이다.

 

영하 추위에도 200미터 줄 선다…지금 경주에 대체 무슨 일이?

이 있다. 당초 지난 12월 14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내년 2월 22일까지 연장 운영에 들어갔을 정도다. APEC 행사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말 오전 박물관 앞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200미터가 넘는 긴 대기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온라인 예약분이 일찌감치 마감된 탓에 현장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은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이며 몇 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이번 전시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현존하는 6점의 금관 전체가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교동금관부터 서봉총, 금관총, 금령총, 황남대총, 천마총 금관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여섯 개의 금관이 한 공간에서 황금빛 향연을 펼친다. 전시장 내부는 오직 금관의 찬란한 빛만이 돋보이도록 온통 검은색으로 꾸며졌으며, 관람객들은 약 1500년 전 신라 마립간의 절대적인 권력과 위엄, 그리고 당대 최고의 예술성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특히 각 금관의 사슴뿔 장식,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 곱은옥과 수많은 달개 장식 등을 확대해 비교 관찰할 수 있는 비디오 자료는, 장인의 혼이 담긴 수작업의 위대함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금관전의 폭발적인 인기는 국립경주박물관 전체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시간씩 남는 대기 시간 동안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신라역사관과 미술관 등 상설 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기며 박물관 구석구석을 탐방한다. 특히 '신라(新羅)'라는 국호가 '덕업을 날로 새롭게 하여 사방을 아우른다(德業日新 網羅四方)'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은 찬란했던 고대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선사시대 토기부터, 넉넉한 미소로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얼굴 무늬 수막새, 정교한 갑옷 문양이 감탄을 자아내는 기마인물형토기까지, 오래된 것들이 품은 가치와 아름다움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또한 최근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역사적인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금관전에서 시작된 열기는 박물관 담장을 넘어 경주 시내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관람객들은 첨성대와 깊은 갈색으로 물든 계림 숲길을 거닐고, 반월성 해자를 따라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며 신라의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나아가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작품이 기증되어 건립된 '솔거미술관' 역시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미술관 통창이 그대로 액자가 되어 바깥의 연못과 자연 경관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는 포토존은 SNS에서 이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APEC 행사를 계기로 촉발된 경주에 대한 관심은, 수도권 등 원거리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자랑스러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며 도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