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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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에 놀란 신세계… 정용진부터 임직원까지 역사·감수성 교육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임직원 대상 역사 인식 교육을 실시하고, 마케팅 검수 체계를 전면 손보기로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당시 밝힌 “저도 역사 교육을 받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동시에,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전반의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17일 서울 중구 신세계남산 사내연수원에서 이마트부문 전체 임원과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파트너들은 오는 22일 별도 교육을 받는다. 이날 전국 스타벅스 매장은 오후 3시에 조기 영업을 종료하고, 각 점포에서 17일 진행된 교육 영상을 시청할 예정이다. 전국 매장이 일제히 조기 폐점하는 것은 1999년 국내 첫 매장 개점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다.

 

정 회장도 오는 24일 사장단회의에 앞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별도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마트부문 다른 계열사 직원들은 다음 달 1일부터 2주 동안 온라인 이러닝 방식으로 같은 교육을 수강한다. 우선 본사 근무자와 현장 관리자부터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역사 교육은 한국현대사를 연구해 온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맡는다. 강연에서는 4·19혁명 등 1950년대 이후 주요 근현대사 사건을 되짚고, 기업과 구성원이 이를 어떻게 올바르게 인식해야 하는지 다룰 예정이다. 사회적 감수성 교육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진행한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역사, 노동, 젠더, 인권 등 민감한 사회 이슈를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재발 방지를 위해 마케팅 프로세스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회사는 이번 논란이 실무 기획 단계에서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보고와 결재 과정에서도 문제 표현을 걸러내지 못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사회적 민감도’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기로 했다.

 

새 체크리스트에는 역사, 기념일, 정치, 재난, 군사, 젠더, 폭력, 혐오표현 등이 포함된다. 앞으로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 공공 기념일이나 추모일의 의미와 어긋나는 요소가 없는지,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공격하는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등을 사전에 점검한다. 기존에는 위법성이나 브랜드 적합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앞으로는 사회적 파장과 수용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수 절차도 강화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마케팅 기획부터 출시까지 충분한 검토 기간을 확보해 촉박한 일정으로 인한 부실 검수를 막기로 했다. 결재와 협의 과정에서는 진행 시기와 핵심 문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보고 양식을 통일한다. 콘텐츠 실행 직전에는 담당 부서뿐 아니라 품질, 법무 등 관련 부서장이 함께 최종 검토하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누가 최종 승인했고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에 대한 기록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사회공헌 기금을 조성해 근현대 역사 유적지 인프라 개선, 국가 기념일과 연계한 기념사업, 초·중·고 역사 현장 체험학습 지원, 대학 역사 탐구 동아리 후원, 역사 바로 알리기 프로젝트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공익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지원하는 기존 ‘히어로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교육과 제도 개선을 계기로 대한민국과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으로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