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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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100년 비결, 김연수의 데이터 경영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지상 과제로 여겨지는 오늘날, 한 세기 전부터 기업의 공공성과 내실을 강조했던 한 경영자의 발자취가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설탕과 식품 소재를 넘어 화학과 섬유 산업의 기틀을 닦은 삼양그룹 창업주 수당 김연수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기업의 사명이 단순히 돈을 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삼양을 일궈냈다. 1896년 대지주 가문에서 태어났음에도 안락한 삶 대신 험난한 기업가의 길을 택한 그는 철저한 실증적 데이터와 실용주의를 무기로 숱한 국가적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수당의 경영 인생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이념보다 민족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실업보국'을 우선시했다는 점이다. 일본 유학 시절 근대화된 산업 시설을 목격한 그는 농업 근대화가 민족 자립의 핵심임을 간파했다. 1924년 삼양그룹의 모태인 삼수사를 설립한 이후, 그는 엘리트 지식인의 권위를 내려놓고 직접 토질과 강수량을 분석하며 황무지 개간에 매진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쌀값이 폭락하며 농촌이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도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만주 벌판으로 눈을 돌려 해외 생산법인을 세우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기업의 체급을 키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해방 직후 남한을 덮친 '소금 대란'을 해결한 일화는 수당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주요 염전이 북한에 집중되어 소금 공급이 끊기자, 그는 전북 고창의 거친 갯벌을 막아 대규모 해리염전을 조성했다. 주먹구구식 공사가 아닌 정밀한 측량과 토목 공법을 도입해 바다를 막아낸 이 결단은 국가적 재앙을 잠재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그는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민의 식생활 해결을 위해 제당업 진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제당 사업 초기, 삼양은 후발 주자로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중고 설비를 들여오자는 내부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수당은 품질과의 타협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당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던 서독의 최신식 설비를 과감히 도입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러한 품질 최우선 경영은 삼양 설탕이 시장에 안착하는 발판이 되었고, 국내 설탕 가격 안정에도 크게 기여했다.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신뢰와 품질을 선택한 그의 혜안은 삼양이 100년 넘게 장수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수당의 경영 철학은 형인 인촌 김성수 선생과의 명확한 역할 분담에서도 빛을 발했다. 형이 교육과 언론을 통해 민족의 정신을 일깨웠다면, 동생인 수당은 경제적 자립을 통해 그 기반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분수를 지켜 복을 기른다'는 사훈인 삼양훈에는 그의 내실 중심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나 부동산 투기에 한눈을 팔지 않고 식품, 화학, 섬유 등 본업의 경쟁력을 다지는 데 집중한 결과, 삼양은 수많은 정권 교체와 경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지배구조를 유지하며 재계의 중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삼양그룹은 수당이 뿌린 씨앗을 바탕으로 연 매출 4조 원이 넘는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진화했다. 큐원 브랜드를 필두로 한 식품 사업은 물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의약바이오 등 첨단 분야로 영역을 넓히며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수당 김연수의 경영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경영인들에게도 변치 않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100년을 버틴 삼양의 힘은 결국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응답했던 창업주의 실용주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황지연못, 단오의 흥으로 물든다

로 건너가 아스텍 문명을 세웠다는 설과 튀르키예와의 혈연적 유대감 등 광범위한 역사적 담론을 배경으로 기획됐다. 태백은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로서 지질학적 가치는 물론, 우리 민족의 혼이 서린 성소로 평가받는다. 태백시문화재단은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황지연못 일대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펼친다.축제의 서막은 19일 황지연못에서 거행되는 용신제가 장식한다. 용신제는 물의 근원지에서 한 해의 풍년과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로, 태백단오가 지닌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엄숙한 자리다. 이어지는 일정 동안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혼례 시연과 청소년들의 성년의식례가 진행되어 관람객들에게 우리 고유의 예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과 성인이 되는 이들의 책임감을 공유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담아내며 축제의 깊이를 더한다.공연 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쇼 형식으로 구성됐다. 20일 개막식에서는 '태백, 빛의 단오'라는 주제 공연이 펼쳐지며,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우아한 춤사위와 지역 전통 소리인 태백아라레이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퓨전 국악 밴드와 클래식 오페라 공연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문 예술 단체와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협업 무대는 태백의 문화적 역량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아찔한 줄타기 공연과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국가 무형유산급 공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특히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비보잉 공연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국악 합주단과 밴드들의 무대가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황지연못 주변은 전문 예술가들의 기량과 시민들의 흥겨움이 교차하는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여 단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체험 프로그램 역시 단오의 세시풍속을 충실히 반영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가훈 부채 만들기, 궁궁이 향주머니 제작, 떡메치기 등 손끝으로 전통을 느끼는 활동들이 운영된다. 방문객들은 전통 한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며 앵두화채와 단오 전통주를 시음하는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참여형 콘텐츠는 자칫 박제될 수 있는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태백시는 이번 단오 축제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고대부터 이어온 '태백'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게,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황지연못의 맑은 물줄기처럼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흥과 멋이 이번 태백단오를 통해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예술적 혁신이 만난 이번 행사는 지역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