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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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 HBM4E 주도권 정면충돌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두 수장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생산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견고한 동맹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반도체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양사 총수의 지원 사격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존심 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3일 삼성전자의 HBM 핵심 기지인 천안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꼼꼼히 점검했다. 이 회장은 방진복 차림으로 HBM 패키징 공정을 직접 살피며 품질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한 이후,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며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네트워크 경영'을 통해 SK하이닉스의 HBM 주도권을 수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에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일곱 차례나 만나며 파트너십을 다졌다. 특히 이달에는 대만과 한국을 오가며 삼겹살 회동과 치킨 만찬 등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가며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혈맹' 수준의 협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총수의 전방위적 지원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선제적인 위치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술적 성과로 화답하고 있다. 당초 하반기로 예정됐던 HBM4E 12단 샘플 공급 일정을 이달 18일로 대폭 앞당기며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쌓아온 어드밴스드 MR-MUF 공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율 안정화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최 회장의 전략이 실질적인 공급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사의 실적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0% 가까이 성장한 54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61조 원, SK하이닉스는 262조 원이라는 역대급 수치가 거론되고 있다. 고부가 가치 제품인 HBM 판매 비중이 늘어날수록 양사의 수익성 개선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는 두 총수가 직접 현장과 고객을 챙기는 행보가 단순한 격려를 넘어 차세대 메모리 시장의 사활이 걸린 결정적 순간임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HBM은 단순한 부품을 넘어 전략 자산으로 격상됐다. 이 회장의 '기술 초격차'와 최 회장의 '글로벌 동맹'이 맞붙은 이번 HBM4E 대결은 향후 10년의 반도체 패권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경 넘은 밥도둑, 간장게장의 화려한 진화

식으로 꼽혔던 간장게장은, 최근 K-콘텐츠를 통해 접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반드시 도전해야 할 '미식 버킷리스트'로 급부상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게장 전문점에는 미국에서 온 MZ세대 여행객들이 방문해 숙성된 암꽃게의 맛에 감탄하며 한국인 못지않은 '먹방'을 선보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미국인 관광객 제이다와 길리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통해 만난 한국인 호스트와 함께 3대째 내려오는 전통 게장 맛집을 찾았다. 7일간 저온 숙성한 꽃게와 정갈한 방짜유기에 담긴 상차림은 이들에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생소한 생게의 비주얼에 주춤하기도 했으나, 게살을 밥에 비벼 감태에 싸 먹는 한국식 식사법을 배우며 이내 간장게장 특유의 깊은 감칠맛에 매료되었다. 이들은 이번 경험을 한국 여행 중 최고의 모험이자 추억으로 꼽으며 한식의 깊이에 찬사를 보냈다.간장게장의 열풍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도쿄의 세련된 미식 거리인 가쿠라자카에는 서해안 꽃게를 직접 공수해 게장을 담그는 전문점 '쿠다라'가 등장해 현지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하는 일본의 유명 미식 전문 기자 미야코 씨는 이곳에서 게장을 맛본 뒤 연신 "오이시(맛있다)"를 외치며 감탄했다. 특히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방식은 일본인들이 중시하는 '우마미(감칠맛)'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일본 현지의 간장게장은 한국의 전통 공정에 일본의 정교한 장류 기술이 더해져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현지 식당에서는 한국에는 없는 밀로 만든 백간장 등 게장과 어울리는 최적의 장류를 과학적으로 선별해 사용한다. 여기에 서해 변산반도에서 항공편으로 신속하게 공수한 최상급 꽃게와 일본의 명품 쌀인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보다 더 맛있다"는 극찬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식재료와 일본의 미식 인프라가 만나 새로운 미식 경험을 창조한 사례로 주목받는다.맛의 핵심인 꽃게의 선도 관리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변산반도의 젊은 선장이 조업한 꽃게를 선상에서 즉시 급랭 처리해 조직감을 보존하고, 이를 신속하게 일본 주방으로 전달하는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원재료 관리는 비린내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전통적인 손맛에 현대적인 위생 관리와 물류 혁신이 더해지면서 간장게장은 이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고품격 요리로 거듭나고 있다.간장게장의 세계화는 단순히 음식 한 가지가 알려지는 것을 넘어, 한국의 발효 문화와 식사 예절이 전파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놋그릇에 담긴 정성과 게장을 매개로 낯선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한식이 가진 소통의 힘을 증명한다. 바다를 건너 일본의 미식가들을 울리고 서구의 젊은 세대에게 즐거움을 주는 간장게장은, 이제 한국인만의 소울푸드를 넘어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글로벌 밥도둑'으로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