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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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호남행, '인력 이탈' 비상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사업이 인력 확보와 주민 갈등, 전력 수급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생산 기지를 지방으로 분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정작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생활 기반 상실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 역시 핵심 인재의 이탈 가능성과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이유로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력 확보다. 업계에서는 '취업 남방 한계선은 평택, R&D는 판교'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통용된다. 우수한 청년 인재들이 교육과 의료, 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을 선호하면서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수도권에 마련한 주거지와 생활권을 포기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기업 입장에서도 핵심 인력을 강제로 전배했다가 경쟁사로 이직할 경우 발생하는 기술 유출과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현지 인재 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역 명문대와 연계한 반도체 계약학과를 파격적으로 확대해 해당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인재를 직접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장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의료 등 정주 여건 전반을 수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패키지 지원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지방 클러스터는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 협의와 주민 동의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도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반도체 공장은 적기 투자가 생명인데, 입지 선정부터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한국의 현실은 글로벌 경쟁에서 걸림돌이 된다. 과거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례에서 보듯, 방류수 처리나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민원 해결에만 5년 이상의 시간이 허비되곤 한다. 이는 공장 계획 발표 후 6개월 만에 착공에 들어간 일본의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반도체 공장의 생명줄인 전력 인프라 역시 불안 요소다. 호남 지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높지만,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 반도체 팹의 특성상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는 수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안정적인 기저 부하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는 기업에 가해지는 '강제성'이 아닌, 인재와 자본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에 달려 있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보조금 지원은 물론, 송전망과 용수 시설 등 핵심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구축하는 과감한 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속도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내부적인 갈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국경 넘은 밥도둑, 간장게장의 화려한 진화

식으로 꼽혔던 간장게장은, 최근 K-콘텐츠를 통해 접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반드시 도전해야 할 '미식 버킷리스트'로 급부상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게장 전문점에는 미국에서 온 MZ세대 여행객들이 방문해 숙성된 암꽃게의 맛에 감탄하며 한국인 못지않은 '먹방'을 선보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미국인 관광객 제이다와 길리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통해 만난 한국인 호스트와 함께 3대째 내려오는 전통 게장 맛집을 찾았다. 7일간 저온 숙성한 꽃게와 정갈한 방짜유기에 담긴 상차림은 이들에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생소한 생게의 비주얼에 주춤하기도 했으나, 게살을 밥에 비벼 감태에 싸 먹는 한국식 식사법을 배우며 이내 간장게장 특유의 깊은 감칠맛에 매료되었다. 이들은 이번 경험을 한국 여행 중 최고의 모험이자 추억으로 꼽으며 한식의 깊이에 찬사를 보냈다.간장게장의 열풍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도쿄의 세련된 미식 거리인 가쿠라자카에는 서해안 꽃게를 직접 공수해 게장을 담그는 전문점 '쿠다라'가 등장해 현지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하는 일본의 유명 미식 전문 기자 미야코 씨는 이곳에서 게장을 맛본 뒤 연신 "오이시(맛있다)"를 외치며 감탄했다. 특히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방식은 일본인들이 중시하는 '우마미(감칠맛)'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일본 현지의 간장게장은 한국의 전통 공정에 일본의 정교한 장류 기술이 더해져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현지 식당에서는 한국에는 없는 밀로 만든 백간장 등 게장과 어울리는 최적의 장류를 과학적으로 선별해 사용한다. 여기에 서해 변산반도에서 항공편으로 신속하게 공수한 최상급 꽃게와 일본의 명품 쌀인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보다 더 맛있다"는 극찬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식재료와 일본의 미식 인프라가 만나 새로운 미식 경험을 창조한 사례로 주목받는다.맛의 핵심인 꽃게의 선도 관리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변산반도의 젊은 선장이 조업한 꽃게를 선상에서 즉시 급랭 처리해 조직감을 보존하고, 이를 신속하게 일본 주방으로 전달하는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원재료 관리는 비린내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전통적인 손맛에 현대적인 위생 관리와 물류 혁신이 더해지면서 간장게장은 이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고품격 요리로 거듭나고 있다.간장게장의 세계화는 단순히 음식 한 가지가 알려지는 것을 넘어, 한국의 발효 문화와 식사 예절이 전파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놋그릇에 담긴 정성과 게장을 매개로 낯선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한식이 가진 소통의 힘을 증명한다. 바다를 건너 일본의 미식가들을 울리고 서구의 젊은 세대에게 즐거움을 주는 간장게장은, 이제 한국인만의 소울푸드를 넘어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글로벌 밥도둑'으로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