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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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빌리티쇼 개막, 아반떼·BYD 격돌

 '내일의 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막을 올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가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시선을 부산으로 집결시키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 8곳을 포함해 140여 개 기업이 참여해 모빌리티의 미래를 선보였다. 르노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유럽 브랜드가 불참하며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현대자동차그룹과 BMW, 그리고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중국 BYD가 혁신적인 신차를 대거 쏟아내며 현장의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단연 현대자동차의 8세대 '디 올 뉴 아반떼'였다. 6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온 아반떼는 기존의 곡선 위주 디자인에서 탈피해 칼날처럼 날카로운 직선과 입체적인 면 분할을 강조하며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특히 앞바퀴 펜더의 볼륨감을 극대화해 준중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스포츠카와 같은 강인한 인상을 구현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아반떼가 현대차의 관문 모델로서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핵심 차종임을 강조했다.

 


신형 아반떼는 차체 크기를 중형급에 가깝게 키우는 동시에 실내 소프트웨어 혁신에 집중했다. 전장과 휠베이스를 늘려 넉넉한 거주 공간을 확보했으며, 생성형 AI 비서인 '글레오 AI'를 탑재해 운전자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는 '플레오스 커넥트' 시스템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2.0과 1.6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운영된다.

 

제네시스와 BMW 역시 고성능과 한정판 모델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의 자존심을 지켰다. 제네시스는 르망 24시 레이스의 혈통을 이은 'GMR-001 하이퍼카' 디자인 모델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며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로서의 비전을 제시했다. BMW는 전 세계 135대 한정판인 '7시리즈 네로 루쏘 에디션'과 함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 기반의 순수 전기 SUV '더 뉴 BMW iX3'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 탈환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 BYD의 공세는 이번 모빌리티쇼의 가장 위협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BYD는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인 DM-i를 적용한 SUV '씨라이언 6'를 공개하며 3,75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제시했다. 모터가 주행의 중심이 되고 엔진이 보조하는 이 시스템은 전기차에 가까운 정숙성과 효율성을 강조한다. BYD는 이번 행사에서 참가 업체 중 최대 규모의 부스를 꾸리며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밖에도 미국 픽업트럭의 자존심 램(RAM)이 최고급 모델인 '램 1500'을 선보이며 레저 인구를 겨냥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27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번 부산모빌리티쇼는 전통의 강자와 신흥 세력 간의 기술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지능형 모빌리티와 BYD의 가성비 공세,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고성능 전략이 맞물린 이번 전시는 향후 국내 자동차 시장의 소비 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