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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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업계, 오전 경기에도 월드컵 대박

 북중미 월드컵의 열기가 한반도의 아침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통상적으로 저녁 시간대에 집중되던 치킨 수요가 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19일 오전부터 폭발적으로 분출되며 유통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매출 기록을 세웠다. 멕시코와의 2차전이 치러진 이날 오후 1시 기준, 국내 주요 치킨 브랜드인 BBQ의 매출은 평소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약 4.5배나 급증했다. 오전 시간대 경기는 응원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를 비웃듯,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치킨과 함께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현장의 열기는 가맹점들의 운영 방식까지 변화시켰다. 지난 1차전 당시 절반 수준이었던 조기 영업 매장 비율은 이번 멕시코전을 기해 70%까지 확대됐다. 서울의 주요 거점 매장들은 새벽부터 불을 밝히고 손님 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을지로와 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매장들은 오전 6시 전후로 문을 열었으며, 경기 시작 전부터 이미 100석 이상의 좌석이 단체 예약으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자리를 잡지 못한 수백 명의 고객이 발길을 돌릴 정도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이번 월드컵 특수는 직장인들의 단체 응원 문화가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오피스 밀집 지역인 여의도와 을지로 일대 매장에는 10명에서 15명 단위의 기업 예약이 줄을 이었다. 홀 운영을 하지 않는 매장조차 사무실로 배달되는 단체 주문 물량을 소화하느라 쉴 틈 없는 오전 시간을 보냈다. 사전 예약만으로 100마리 이상의 주문을 확보한 매장들이 속출하면서, 배달 앱 수수료와 고물가로 시름하던 가맹점주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경영난을 해소해 주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치킨업계는 이러한 응원 열기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2일 체코전 당시에도 주요 브랜드들의 매출이 평소보다 4배 이상 뛰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전 경기에도 치킨을 즐기는 문화가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점 고객의 비중이 높고 전화 주문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월드컵이 가맹점 수익 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BBQ는 매주 금요일마다 특정 메뉴를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가 하면, 오전 시간대 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반 마리 추가 증정이나 사이드 메뉴를 제공하는 선착순 이벤트를 펼치며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기를 보는 즐거움을 넘어 먹거리와 연계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여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제 모든 관심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열릴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으로 쏠리고 있다.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운명의 승부인 만큼, 치킨업계는 이번 멕시코전보다 더 큰 규모의 응원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일 오전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무색할 만큼 뜨거운 축구 열기는 당분간 국내 외식 업계의 매출 지도를 새롭게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