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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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루엔 CEO "불닭맛 아이스크림? 맛이 우선"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트럭에서 시작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한 '밴루엔'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벤 밴루엔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진출의 의미와 브랜드 철학을 공유했다. 밴루엔은 그동안 맥앤치즈나 피자맛 등 상식을 파괴하는 이색적인 메뉴로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벤 CEO는 화제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결국 '맛의 본질'에 있다고 단언했다. 단순히 대중을 놀라게 하기 위한 자극적인 시도가 아니라, 최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핵심 전략이다.

 

밴루엔의 탄생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 명의 창업자는 단돈 6만 달러로 중고 트럭을 개조해 아이스크림 사업을 시작했다. 외부 투자 없이 오로지 제품력만으로 승부한 이들은 현재 미국 전역에 1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인공 향료나 안정제를 배제하고 원재료 고유의 풍미를 살리는 프렌치 스타일 레시피가 자리 잡고 있다. 시칠리아산 피스타치오나 오리건산 딸기처럼 산지가 명확한 최고급 재료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밴루엔을 단순한 아이스크림 이상의 미식 경험으로 격상시켰다.

 


한국을 아시아 첫 진출국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미식 수준이 있었다. 벤 CEO는 한국 시장이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성숙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셰프들의 역량을 언급하며, 음식을 진지하게 대하는 한국인들이라면 밴루엔이 재료에 쏟는 정성을 충분히 알아줄 것이라는 확신을 내비쳤다. 이는 밴루엔이 추구하는 프리미엄 가치가 한국의 소비 트렌드와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국내 사업 파트너로 투썸플레이스를 선택한 점도 눈에 띈다. 슈퍼 프리미엄급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저트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운영 역량을 갖춘 파트너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밴루엔은 투썸플레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내 매장 운영과 품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인위적인 모델 기용보다는 브랜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셀러브리티나 글로벌 IP와의 자연스러운 협업을 지향한다. 이는 미국에서 사브리나 카펜터나 헬로키티 등과 진행했던 성공적인 협업 모델을 한국 시장에도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로컬 메뉴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벤 CEO는 한국의 매운맛을 상징하는 K-푸드와의 접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맛'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적인 바이럴을 위해 한 번 먹고 버려지는 제품이 아니라, 한 통을 비울 때까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밴루엔은 오는 9월 한국인들의 입맛을 겨냥한 맞춤형 플레이버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질 계획이다.

 

밴루엔의 한국 시장 확대 전략은 속도보다 깊이에 집중한다. 매장 수를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남역 1호점을 시작으로 이달 중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신논현역점이 차례로 문을 열며 접점을 넓혀간다. 모든 한국인이 한 번쯤은 밴루엔의 아이스크림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포부는, 품질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는 밴루엔의 도전이 한국 디저트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