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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만으론 안 된다, 휴대폰 개통 때 얼굴 확인

6일부터 휴대전화 신규 개통과 번호 이동 절차가 강화된다. 앞으로 휴대전화를 새로 만들거나 다른 통신사로 번호를 옮기려는 이용자는 신분증 제시 외에 추가 본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부터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의 대면·비대면 개통 채널 전반에 다중 인증 방식의 본인 확인 절차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신분증 확인을 중심으로 개통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안면 인증 등 추가 수단을 통해 실제 명의자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신규 가입과 번호 이동에 먼저 적용된다. 같은 통신사를 유지하면서 휴대전화 단말기만 바꾸는 기기 변경은 대상에서 빠졌다. 통신사 변경이나 새 회선 개설처럼 명의 도용 위험이 큰 절차부터 우선 강화한 것이다.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인증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안면 인증을 하거나, 행정안전부 모바일 신분증 앱을 이용하거나, 당일 발급한 주민등록 초본을 제출하면 된다. 안면 인증은 신분증 사진과 이용자의 얼굴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최대 세 차례까지 시도할 수 있다.

 

안면 인증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하면 개통이 막히지는 않는다. 이 경우 처리 경과를 기록하는 등 추가 절차를 거쳐 개통할 수 있다. 정부는 얼굴 정보 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줄이기 위해 모바일 신분증과 주민등록 초본 등 대체 인증 수단을 함께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개통 절차가 까다로워진 배경에는 대포폰 범죄가 있다. 타인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불법 금융 광고 등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적발된 대포폰은 2만 건에 달했고, 보이스피싱 피해액도 1조30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정부는 범죄에 사용될 휴대전화가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차단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일부 채널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안면 인증 과정에서 수집되는 얼굴 정보는 본인 대조 직후 삭제되며, 원본은 저장하지 않는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제도는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보완된다. 8월에는 추가 인증 수단 확대 여부가 검토되고, 9월에는 주민등록 초본의 진위를 자동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연계가 추진된다. 10월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안면 인증을 본인 확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예정이다.

 

11월부터는 본인 명의의 원치 않는 휴대전화 개통을 막는 가입 제한 서비스도 계약 과정에서 기본 제공된다. 이용자가 사전에 설정하면 본인 명의로 새 회선이 함부로 개통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에는 이용자 불편이 예상된다. 안면 인증은 주변 조명, 카메라 성능, 촬영 각도에 따라 실패할 수 있고, 모바일 신분증은 미리 발급받아야 한다. 주민등록 초본 역시 당일 발급분만 인정되기 때문에 준비 없이 매장을 찾은 이용자는 다시 서류를 마련해야 할 수 있다.

 


판매 현장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직원들은 인증 방식별 절차를 안내해야 하고, 인증 실패나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 설명과 기록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매장에서는 개통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제도 도입 초기 일부 혼선과 불편이 발생할 수 있지만, 명의 도용 개통과 대포폰 유통을 사전에 막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가 금융 거래와 본인 인증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는 만큼, 개통 단계에서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는 첫 관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