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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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말고 깨세요" MZ 사로잡은 이색 디저트

 최근 디저트 시장에서는 미각보다 청각과 촉각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뚜레쥬르가 선보인 '아그작(AGJAK)' 케이크는 출시 초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SNS에서 '깨뜨리는 소리'가 강조된 영상이 확산하며 반전을 이뤄냈다. 단단한 초콜릿 막을 베어 물 때 나는 경쾌한 소리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는 곧장 매장 앞 긴 대기 줄로 이어졌다. 현재 서울 주요 직영점에서는 판매 시작 30분 만에 전 제품이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이면에는 '왁뿌볼'과 같은 촉감 완구의 유행이 자리하고 있다. 왁스를 깨뜨리며 쾌감을 느끼는 놀이 문화가 식품 업계로 전이되면서, 소비자들은 디저트를 먹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의식으로 '파괴'와 '녹화'를 선택했다. 개인 카페들 역시 소금빵에 두꺼운 초콜릿을 입힌 '왁뿌 소금빵'을 출시하며 이러한 흐름에 올라탔다. 이제 디저트는 입으로 즐기는 간식을 넘어, 카메라 앞에서 어떤 장면과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구매 결정 요인이 됐다.

 


투썸플레이스의 '아박' 시리즈 역시 먹는 방식을 콘텐츠화하며 매출이 전년 대비 2.6배 이상 급증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그대로 먹기보다 우유를 부어 먹는 '우유말먹' 등 자신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를 개발해 공유한다. 이는 이른바 '내시피(내+레시피)' 문화로 불리며, 제품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가 직접 가치를 부여하고 변주하는 프로슈머적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젤리를 얼려 먹거나 바삭한 식감을 극대화한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먹방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이러한 디저트는 최적의 소재다. 화면을 통해 맛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생생한 식감과 단면의 시각적 효과는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영상 속 행위는 시청자들의 '따라 하기' 욕구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결국 디저트는 먹는 제품에서 체험하고 전시하는 놀이 기구로 그 성격이 변모했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성인 남녀 대다수가 맛있는 빵을 찾아다니는 행위를 단순한 식사가 아닌 하나의 취미 생활이자 '소확행'을 위한 작은 사치로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품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하는 디저트를 발 빠르게 찾아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안목'과 '역량'을 SNS를 통해 과시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성취감을 맛보려는 신세대의 자기표현 방식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체험형 디저트가 강력한 자발적 홍보 수단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제작한 숏폼 영상 한 편이 수천만 원 상당의 광고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설명 대신 단 한 번의 강력한 소리와 시각적 임팩트가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왔다. 디저트 시장의 경쟁은 이제 맛의 대결을 넘어, 누가 더 매력적인 '경험의 무대'를 제공하느냐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