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 떠밀려온 ‘차(茶)?’ 알고 보니 초대형 케타민 벽돌

자루 안에는 일반 폐기물과 함께 벽돌 모양의 직육면체 덩어리 20개가 들어 있었고, 은박지와 투명 비닐로 다층 포장된 겉면에는 한자 ‘茶(차)’ 글자가 인쇄돼 있었다. 해경이 수거한 물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물질은 케타민으로 판명됐다.
가로 25㎝, 세로 15㎝ 크기의 포장 덩어리 20개에 담긴 케타민의 총 중량은 20㎏. 1회 투약 기준량 0.03g으로 환산할 경우 최대 66만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규모로, 시가로 약 6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케타민은 시각·청각적 환각과 이인감 등을 유발하는 물질로, 국내에서는 신종 마약류로 분류돼 엄격히 관리된다.
해경은 즉시 수사전담반을 꾸려 자루가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해상과 연안을 광범위하게 수색하는 한편, 물류·항로·조류 경향을 종합 분석해 유입 경로 추적에 착수했다. 또한 포장지와 내부 비닐에서 채취한 지문 및 세포 물질을 국과수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했으며,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 체계를 가동해 국제 마약 조직과의 연계 가능성도 살펴볼 계획이다.

해경은 “우연히 해안으로 떠밀려왔을 가능성부터 조직적 투기 시나리오까지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며 “추가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인근 해안가 순찰과 주민 제보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지자체는 해변 정화 인력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의심 물체 발견 시 직접 접촉을 피하고 즉시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해양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도 밀봉 포장물 선별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이 최근 동아시아 해역에서 잇따르는 ‘표류 마약’ 사례와 유사점을 보인다며, 국제 해상 운송망을 악용한 조직의 투과 시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주변 CCTV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기록, 드론 촬영 자료 등을 분석해 자루 투기 시간대와 이동 경로를 특정하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당국은 “국민 안전과 지역 사회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로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