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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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트럭 돌진 참사 20대 희생자, 마지막 숨결로 떠나며 남긴 것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트럭 돌진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던 20대 청년이 끝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여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는 숭고한 선택을 통해 삶의 마지막을 빛냈다. 지난 13일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연명치료를 받아왔던 A씨의 유족은, 비통함 속에서도 연명치료 중단에 앞서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했다. A씨의 고귀한 희생으로 이번 참사로 인한 총사망자는 장을 보러 나왔다가 참변을 당한 60~80대 여성 3명을 포함해 총 4명으로 늘어났다.

 

평화롭던 시장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든 끔찍한 사고는 지난 13일 오전, 1톤 트럭을 몰던 67세 운전자 B씨에 의해 발생했다. B씨는 시장 내에서 트럭을 1~2미터가량 후진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전방으로 약 132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질주했다. 트럭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시장 안의 사람들과 좌판, 매대 등을 잇달아 들이받았고, 이 과정에서 21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희생자 대부분이 평범하게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사고 직후 경찰은 즉시 운전자 B씨를 상대로 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B씨의 차량 급발진 주장 가능성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경찰은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 사고의 진실을 규명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트럭 내부에 설치되어 운전자의 발을 비추는 '페달 블랙박스'였다. 경찰이 확보한 영상에는 B씨가 위급한 상황에서 제동 페달(브레이크)이 아닌 가속 페달(액셀)을 계속해서 밟고 있는 모습이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운전자의 조작 미숙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핵심 증거로 확보한 뒤, 사고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5일 운전자 B씨를 구속했다. B씨에게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가 적용되었다.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오는 21일, B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순간의 끔찍한 질주가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한 청년에게는 마지막 순간 타인을 위한 희생을 남기게 하는 등, 수많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사건은 이제 법의 심판을 기다리게 되었다.

 

'맥도날드 저격'하며 태어난 그 운동, 미국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다

임의 중심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가 떠오르고 있다. ‘성스러운 강’이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팜 투 포크(Farm-to-Fork,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맥도날드에 대항하며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미국 서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워서, 슬로푸드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테라 마드레(어머니의 땅)’ 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밖인 바로 이곳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이는 새크라멘토가 단순한 미식 도시를 넘어,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에 맞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구심점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새크라멘토가 이처럼 ‘미국의 팜 투 포크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1852년의 대홍수가 시에라산맥의 비옥한 퇴적물을 센트럴밸리 전역으로 실어 날랐고, 새크라멘토강과 아메리카강이 만나는 풍부한 수량, 강렬한 햇살과 서늘한 저녁 기후가 더해져 농사를 위한 최적의 땅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도시 반경 100km 안에서 거의 모든 식자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요리사의 천국’이 탄생했다.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90% 이상, 세계 3대 자포니카 쌀 생산지, 미국 최대 캐비어 양식장이 이곳에 있으며, 토마토, 올리브, 와인 등도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파머스마켓에 들어서는 순간,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패티와 갓 구운 빵, 신선한 농작물이 뒤섞여 뿜어내는 풍요로운 향기는 이 도시가 가진 땅의 힘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이처럼 거대한 농지가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몇몇 선구자들의 ‘가벼운 우연’과 ‘열정적인 모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민 2세대 농부였던 레이 융이 우연히 얻은 둥근 토마토 씨앗을 심었다가 밭 전체를 뒤덮자, 처리를 위해 현지 레스토랑에 직접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팜(농장)’에서 ‘포크(식탁)’로 이어지는 직거래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 여기에 ‘요리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린 식료품점 아들 대릴 코르티가 가세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누비며 당시 미국에는 생소했던 파르메산 치즈, 트러플, 발사믹 식초 등을 들여와 새크라멘토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들의 노력이 씨앗이 되어 2012년, 케빈 존슨 전 시장은 새크라멘토를 ‘미국 팜 투 포크 운동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새크라멘토의 철학은 결국 ‘시간의 회복’으로 귀결된다. 세계적인 셰프 엘리자베스 포크너는 테라 마드레 행사에서 “내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패스트푸드”라며, 아이들의 ‘인앤아웃 햄버거’ 타령에 씁쓸해했다. 그녀에게 패스트푸드와의 싸움은 곧 자신의 요리를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다. 포크너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 농부와 어부를 직접 만나 제철 식재료를 확인하는 것을 요리의 첫걸음으로 삼는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생산자와의 관계를 맺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는 슬로푸드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멕시코계,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들이 기른 작물이 스페인 음식에 매료된 요리사의 손에서 파에야로 재탄생하는 새크라멘토의 식탁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시간’ 그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