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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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머뭇거리는 사이…쿠팡 대표, 유유히 출국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공분을 산 쿠팡의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기 직전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검토하며 미적거리는 사이, 핵심 피의자 신분인 그가 유유히 한국을 떠나면서 '수사 의지 부재' 논란과 함께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로저스 대표가 출국한 시점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인 직후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바로 다음 날 예정된 출장이라며 한국을 떠났다. 경찰은 그의 출국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이틀 뒤인 1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하며 헛물을 켠 셈이 됐다.

 


경찰의 늑장 대응은 비판을 키우고 있다. 로저스 대표가 출국한 이후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입국 시 통보를 요청하는 등 뒤늦게 출입국 규제 조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로저스 대표가 1월 중순에는 출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이미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예정된 출장 일정이었으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경찰과 출석 일정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수사 회피 의혹을 부인했지만, 핵심 책임자가 수사가 본격화되는 민감한 시기에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쿠팡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수치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쿠팡이 사건 초기 '셀프 조사'를 통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어서 로저스 대표의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지목된 중국인 전직 직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로저스 대표가 해외에 머무르면서,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게 됐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