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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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노쇼 사기단 검거.."군부대 사칭하며 38억 편취"

군부대와 대학 등 주요 기관을 사칭하며 전국의 소상공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38억 원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치밀한 시나리오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었던 이들은 정부 합동수사부의 끈질긴 추격 끝에 전원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부는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해당 조직원 23명을 지난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조직의 범행 방식은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등을 본거지로 삼은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군부대나 대학, 병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직원을 사칭했다. 이른바 노쇼 사기로 불리는 이들의 수법은 1차 유인책이 특정 업체를 통한 대리구매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차 유인책이 해당 업체를 사칭해 구매대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소상공인들을 낚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만 무려 215명에 달하며, 편취한 금액은 총 38억 원이라는 거액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명함과 물품 구매요청서를 정교하게 위조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국방부 명의의 허위 구매 공문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부대 마크가 선명하게 박힌 명함까지 준비해 스스로를 물품 담당 장교라고 소개했다. 군부대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긴급하게 물품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며 소상공인들이 판단력을 잃게 만든 점이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는 이러한 군부대 사칭 사기 피해 신고가 잇따르며 자영업자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이들의 마수는 비단 군부대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 조직원은 가구점을 상대로 대담한 연극을 펼치기도 했다. 대학 건물을 리모델링 중인데 노후 책상을 전면 교체해야 할 것 같다며 접근한 뒤, 재고 확인을 요청하고 특정 업체를 통한 대리구매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해당 대학의 시설기획팀 업무 총괄이라는 가짜 직책이 적힌 명함을 내밀며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대학이나 병원처럼 규모가 큰 기관을 사칭함으로써 피해자들이 한 번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 뒤 뒤통수를 치는 비열한 방식을 사용했다.

 

조직의 구조 또한 기업형으로 운영됐다. 전체를 총괄하는 총책 아래 한국인 총괄 관리자, 팀장, 유인책으로 이어지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군부대, 병원, 대학 등 사칭하는 기관별로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작하고, 실제 통화 시나리오 대본까지 마련해 숙지하는 등 조직적인 범행을 이어왔다. 입금 요구 금액에 따른 대응법까지 미리 가다듬는 치밀함은 일반적인 사기 범죄의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합수부는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이 확보한 국제범죄 첩보를 입수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캄보디아 수사당국과의 실시간 국제공조가 빛을 발하며 수사 시작 3개월 만에 조직원 23명을 검거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17명은 현지에서 직접 붙잡아 40일 만에 전원 국내로 송환하는 전격적인 작전을 펼쳤다. 수사망이 좁혀오기 전 미리 입국했던 나머지 6명 역시 국내 곳곳에서 검거되며 조직의 핵심 인력들이 모두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합수부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1차 유인책들과 모집책을 먼저 구속기소 했으며, 이후 한국인 유인책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했던 40대 남성 등 관리자급 인물들까지 모두 재판에 넘겼다. 현재 합수부는 아직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직 총책과 국내 가담자들에 대한 추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수사를 통해 외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동부지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합수부가 적발한 외국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총 199명에 달하며, 이 중 103명이 구속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대면 사기 범죄가 날로 지능화되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대규모 검거 소식은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수부 관계자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확대되는 조직적 사기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한 악질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낯선 번호로 온 대리구매 요청이나 특정 업체 결제 유도는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군부대는 절대로 개인 계좌로 대금을 요구하거나 특정 사설 업체를 통한 결제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조직원들의 기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은 총책 검거와 피해 금액 회수가 원만히 이루어질지에 대해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