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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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 이상 못 짓는 진해, 고도제한 족쇄 풀리나

반세기 가까이 도시 발전을 옥죄어 온 창원시 진해구의 군사 비행장 규제라는 해묵은 과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최근 경남도와 창원시, 해군, 국회 등 관계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비행안전구역' 규제 완화를 위한 대책 회의를 열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주민들의 고통과 염원이 마침내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해군 도시' 진해의 비극은 1970년대 군용 항공기지법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도심 한복판에 진해덕산비행장이 들어서면서, 활주로 반경 2km를 포함한 진해구 중부·서부권 대부분이 비행안전구역이라는 거대한 족쇄에 묶였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약 3만여 가구의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직접적인 제약을 받는 실정이다.

 


이 구시대적 규제는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15층 고도제한에 묶여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번번이 좌초됐고, 2019년에는 진해중앙고등학교가 교실 부족으로 증축을 시도하다 국방부의 불허에 막히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하루 수십 차례 이착륙하는 헬기 소음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진해신항 건설과 가덕신공항 추진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낡은 규제를 더는 유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북아 물류 허브로 도약해야 할 도시의 한복판이 수십 년 전 규제에 묶여 성장이 정체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안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해군은 규제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군 작전 수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한미 연합사 등 유관 부대와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국적으로 군 비행장 규제 완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으며, 2023년 말 세종시 조치원 비행장의 비행안전구역이 대폭 해제된 성공 사례도 있다.

 

이에 창원시는 군 작전과 안전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도시 개발을 가능하게 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비행안전구역의 '유형'을 변경해 규제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핵심적으로 논의되는 중이다.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군과 지자체가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