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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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에서 애인 부르던 마약왕, 드디어 덜미 잡혔다

2016년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참혹하게 살해하고, 옥중에서도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로 대규모 마약을 유통해 이른바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악명 높은 박왕열이 오늘 국내로 강제 송환된다. 필리핀 현지에서 처음 체포된 지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경찰은 박 씨가 입국하는 즉시 압송하여 그가 구축한 거대 마약 조직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하고, 은닉한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한다는 강력한 방침을 세웠다.

 


박왕열의 범죄 행각은 잔혹하고 대담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카지노 투자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한국인 사기 피의자 3명을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살해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수감 중 두 차례나 탈옥을 감행하는 엽기적인 행보를 보였고, 도피 기간 중 본격적으로 마약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0년 현지 당국에 다시 붙잡혀 징역 6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그의 범죄는 멈추지 않았다.

 

놀랍게도 박 씨는 필리핀 교도소 내부에서도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며 범죄를 이어갔다. 그는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전세계'라는 대화명으로 활동하며 국내 조직원들을 원격 조종했다. 이를 통해 필로폰, 엑스터시 등 막대한 양의 마약류를 대한민국에 밀매하며 이른바 '마약왕'으로 군림했다. 교도소라는 공간적 제약조차 그의 범죄 행각을 막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박 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필리핀 당국에 여러 차례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필리핀 측은 자국 사법체계에 따라 이미 중형을 복역 중인 살인범을 호송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절차는 번번이 암초에 부딪혔다.

 


지지부진하던 송환 절차에 물꼬가 트인 것은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박 씨의 신병 인도를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교도소 안에서 애인도 불러다 놀고, 텔레그램으로 계속 마약을 수출하고 있는 자를 대한민국에서 직접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에 양국은 현지 형 집행 절차를 잠시 중단하고, 우리나라의 형사 절차를 먼저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 인도' 방식에 전격 합의했다.

 

청와대는 이번 송환을 두고 초국가적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정상외교가 만들어낸 뜻깊은 성과라고 자평했다. 10년 가까이 난항을 겪던 해묵은 과제를 정상 간의 결단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범죄자가 해외 어느 곳에 숨더라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강력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박 씨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강도 높은 수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살인 사건의 전모는 물론, '전세계'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마약 밀매 네트워크의 전체 조직원과 유통 경로, 그리고 막대한 규모로 추정되는 범죄 수익의 행방을 끝까지 추적해 일벌백계한다는 계획이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