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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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교과서 늦장 배달, 법 바꿔도 제자리걸음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과 교사들이 매년 신학기마다 교과서 없이 수업에 임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반 학생들은 개학 전 모든 교재를 완비하지만, 점자 교과서는 제작 공정의 특수성과 행정적 지연으로 인해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제때 보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600여 명에 달하는 시각장애 학생과 교원들이 이러한 교육권 침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점자 교과서 제작 시스템은 일반 교과서가 완성된 이후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후행적 구조를 띠고 있다. 국립특수교육원이 수요를 파악해 발행자로부터 디지털 파일을 넘겨받는 시점이 통상 11월에서 1월 사이인데, 이후 점자 변환과 제작에만 추가로 2~3개월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정작 학기가 시작되어도 교과서 전체를 받지 못하고 몇 권으로 나뉜 분권 형태로 감질나게 전달받는 파행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교과서 발행자의 디지털 파일 제출 기한을 30일 이내로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사 결과 발행자들은 이미 요청 후 한 달 이내에 파일을 제공하고 있어, 단순히 제출 시기를 명문화하는 것만으로는 전체 제작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법 개정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작 공정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점자 교과서의 주문 시기를 대폭 앞당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행 규정은 학기 시작 4개월 전까지 주문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활자 교과서 제작 기준에 맞춘 것이라 점자 제작 공정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점자 교과서에 한해서는 최소 6개월 이전에 주문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만 물리적인 제작 시간을 확보하고 신학기 적기 보급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과서 집필 단계부터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구조다. 현재는 완성된 활자 교과서를 사후에 점자로 바꾸다 보니, 삽화나 도표의 의미를 점자 출판사가 집필자의 의도를 추측해 설명으로 채워 넣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교과서 편찬이나 검·인정 신청 단계에서부터 장애 학생과 교원의 접근성을 고려하도록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권고를 수용하고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기술적인 보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과서 제작의 패러다임을 '사후 변환'에서 '동시 제작'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시각장애 학생과 교사가 학기 첫날부터 온전한 교과서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시혜적 복지가 아닌 헌법이 보장한 교육권의 기본이다.

 

1년 만에 돌아온 에버랜드 사파리, 대체 무슨 일이?

퇴역시키고,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한 특수 전기차량을 도입해 관람객과 맹수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엔진 굉음이 사라진 사파리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소음에 대한 경계심을 푼 사자와 호랑이들은 이제 유리창 바로 앞까지 다가와 육중한 몸을 드러낸다. 관람객은 더 이상 멀리서 동물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영역에 조용히 초대받아 맹수의 미세한 근육 떨림까지 생생하게 느끼는 '몰입'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야생의 긴장감 넘치는 경험과 대조적으로, 그랜드 스테이지에서는 인간의 몸이 만들어내는 서정적인 예술, '윙즈 오브 메모리'가 펼쳐진다. 캐나다의 유명 공연단 '엘로와즈'와 손잡고 만든 이 공연은 고난도 서커스에 예술성을 더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무대를 선사한다.다만 이 예술적 경험의 문턱은 다소 높다. 공연자들의 컨디션과 안전을 위해 하루 1~2회로 공연 횟수가 제한되며,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 추첨에 당첨되어야만 한다. 이는 현장 대기 줄을 없애는 효과가 있지만, 한정된 기회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사파리와 공연장 밖에서는 봄의 향연이 한창이다. 올해 '튤립 축제'는 120만 송이 튤립이 만드는 시각적 장관을 넘어, 유명 F&B 브랜드와 협업한 특별 디저트와 음료를 선보이며 미각의 즐거움까지 더했다. 관람객들은 이제 튤립을 눈으로 보고, 튤립을 테마로 한 음식을 맛보며 오감으로 봄을 만끽한다.에버랜드의 이번 대대적인 변신은 낡은 자산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재해석하려는 과감한 시도다. 단순한 놀이기구 중심의 테마파크를 넘어, 더 깊고 오래 기억될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