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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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막고 어깨빵까지" 러닝 크루의 민폐 행각

최근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강 산책로가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단순히 운동을 즐기는 것을 넘어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이른바 러닝 크루들의 민폐 행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산책을 즐기려던 시민들이 이들의 막무가내 통행 방식에 불편을 겪었다는 사연이 전해지며 온라인 공간은 그야말로 분노로 들끓고 있다.

 

지난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러닝 크루 민폐 나만 화나는 거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작성자 A씨는 전날 한강에서 하마터면 큰 싸움이 일어날 뻔했다며 당시의 황당했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A씨는 반려견을 동반해 남자친구와 함께 여느 때처럼 한강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멀리서 형광색 조끼를 맞춰 입은 약 20명 규모의 거대한 러닝 크루 무리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지나갈게요 우측통행이요라고 크게 외치며 무려 3열로 대형을 맞춘 채 길 전체를 막고 달려왔다. 좁은 산책로에서 3열 횡대로 뛰어오는 무리를 피할 곳은 마땅치 않았다. 결국 길을 비켜주지 못한 A씨 일행은 달려오던 이들과 어깨를 강하게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과는커녕 당당한 태도에 화가 난 A씨가 길을 다 막고 뛰면 어떡하냐고 정당하게 항의하자 더욱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었다.

 


맨 뒤에서 달리던 한 남성이 걸음을 멈추더니 운동하는 사람들 안 보이냐며 눈치껏 비켜줘야지 흐름 끊기게 진짜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그는 A씨 일행을 한참이나 노려본 뒤 다시 자기 무리에 합류해 사라졌다. A씨는 산책로를 자기들이 전세 낸 것도 아닌데 왜 일반 시민이 길을 터줘야 하느냐며 다이어트하고 운동하는 건 본인들 사정인데 시민들이 길을 터주면서 박수까지 쳐줘야 하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 사연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이 겪은 비슷한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로 몰려다니며 길을 점령하는 모습을 나도 자주 봤다거나 아이들과 노인들이 이들을 피하려고 쩔쩔매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또한 한 줄로 달리는 것은 최소한의 매너가 아니냐며 비키라고 소리 지르는 행위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한 누리꾼은 당신들이 뛰면서 공익을 위해 좋은 활동이라도 하고 있느냐며 그저 개인의 취미 활동을 위해 공공에 피해를 주는 집단이라면 없어지는 게 맞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러닝 크루들이 무리를 지어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대열을 유지하기 위해 앞서가는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조성하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로 크게 음악을 틀어 소음 공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구령을 붙이거나 고성을 지르며 달리는 탓에 조용히 휴식을 취하려는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울 시내 각 자치구도 본격적인 제재와 단속에 나선 상태다. 이미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는 여의도공원에 러닝 크루 활동 시 반드시 지켜야 할 4가지 수칙을 담은 경고문을 설치했다. 해당 경고문에는 웃옷 벗기 금지, 박수와 함성 자제, 무리 지어 달리기 금지, 비켜요 소리 지르지 않기 등 타인을 배려하는 러닝 문화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 등 다른 지자체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은 산책로 곳곳에 3~5인 이상 달리기 제한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매너 있는 러닝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성북구는 성북천 인근에 우측 보행과 한 줄 달리기 준수를 당부하는 안내판을 설치했으며, 송파구는 석촌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내걸어 시민들의 통행권을 보장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공공장소는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이용해야 하는 공간이다. 건강을 챙기기 위한 운동도 좋지만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방식의 활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러닝 크루들이 자신들의 활동이 공공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것임을 자각하고 한 줄로 달리기나 고성방가 자제와 같은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킬 때 비로소 시민들의 따뜻한 시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의 강제적인 규제 이전에 러닝 크루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