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사회&단신

'성범죄 불안하다' 반대 여론에…남녀 병실 구분 유지

정부가 병원 입원실의 남녀 구분 운영 규정을 폐지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입원 환자의 사생활 침해와 성범죄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이 잇따르자, 현행 규정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기관의 입원실 운영 기준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는 의료기관 운영 기준 중 하나로 “입원실은 남녀를 구별해 운영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정부가 이 같은 개정을 검토한 배경에는 가족 간병 부담 완화가 있었다. 부부나 직계 가족이 함께 입원해야 하는 경우, 남녀 병실 구분 규정 때문에 같은 병실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 환자나 중증 환자의 경우 가족이 가까이에서 돌볼 수 있도록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입법 예고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빠르게 확산했다. 남녀 구분 없는 병실 운영이 허용될 경우 환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고, 성범죄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환자들이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성별 분리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법제처 홈페이지에도 관련 의견이 대거 접수됐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전날 오후까지 4천 건이 넘는 의견이 올라왔고, 상당수는 규정 폐지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결국 기존의 남녀 병실 구분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모든 경우에 예외를 막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중환자실이나 부부, 가족 등이 2인실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단서 규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남녀 입원실 분리 원칙은 유지하되, 가족 간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 한해 제한적으로 예외를 두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할 전망이다. 이번 논란은 의료 현장의 편의와 환자 안전,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