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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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PC방, 초등학교 앞 점령

 초등학교 정문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상가 건물이 짙은 선팅지로 창문을 가린 채 성인 PC방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매일 지나는 학원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까지 이러한 업소들이 깊숙이 파고들면서 아이들의 정서와 교육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실제로 하교하는 아이들이 불투명한 시트지로 밀폐된 업소 앞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지나치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주거지 일대를 점령한 성인 PC방은 법망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며 지역 사회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통계 수치는 이러한 확산세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증명한다. 울산 지역의 경우 성인 PC방 수가 최근 1년 사이 20% 이상 급증하며 전체 PC방 10곳 중 8곳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비중을 보이고 있다. 신규 등록 건수 역시 매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온라인 상가 거래 시장에서도 수천만 원의 권리금이 형성될 정도로 활발히 매매되고 있다. 이는 일반 PC방이 쇠퇴하는 자리를 사행성 의혹이 짙은 성인 전용 시설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처럼 성인 PC방이 주거 지역에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느슨한 법적 규제에 있다. 현행법상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만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어, 이 선에서 단 몇 미터만 벗어나도 영업을 막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다 보니 지자체가 불법 영업의 가능성만으로 개설을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다. 업주들은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주택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며 규제망을 비웃고 있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게임 시설을 표방하지만, 내부에서는 불법 환전이나 미승인 게임 제공 등 사행성 영업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출입문을 잠그고 단골 위주로만 손님을 받거나,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즉시 화면을 전환하는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인중개사와 브로커가 결탁해 수십억 원 규모의 도박 프로그램을 유통하다 적발되는 등 조직적인 범죄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수사 당국은 불법 영업이 반복되는 업소의 건물주와 중개인에게도 방조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장소를 제공한 이들에게도 불법 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임대차 계약서상에 업종이 모호하게 기재된 경우가 많아 실제 처벌까지는 법리적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특정 사건에 대해 방조죄를 넓게 적용하는 것은 법적 형평성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성인 PC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 업종 분류 체계부터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는 일반 PC방과 성인 PC방이 동일한 업종으로 묶여 있어 특정 구역 진입을 제한할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단속 횟수를 늘리는 임시방편보다는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거나 교육환경보호구역의 범위를 현실화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거지 일대를 점령한 변종 업소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황지연못, 단오의 흥으로 물든다

로 건너가 아스텍 문명을 세웠다는 설과 튀르키예와의 혈연적 유대감 등 광범위한 역사적 담론을 배경으로 기획됐다. 태백은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로서 지질학적 가치는 물론, 우리 민족의 혼이 서린 성소로 평가받는다. 태백시문화재단은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황지연못 일대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펼친다.축제의 서막은 19일 황지연못에서 거행되는 용신제가 장식한다. 용신제는 물의 근원지에서 한 해의 풍년과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로, 태백단오가 지닌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엄숙한 자리다. 이어지는 일정 동안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혼례 시연과 청소년들의 성년의식례가 진행되어 관람객들에게 우리 고유의 예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과 성인이 되는 이들의 책임감을 공유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담아내며 축제의 깊이를 더한다.공연 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쇼 형식으로 구성됐다. 20일 개막식에서는 '태백, 빛의 단오'라는 주제 공연이 펼쳐지며,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우아한 춤사위와 지역 전통 소리인 태백아라레이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퓨전 국악 밴드와 클래식 오페라 공연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문 예술 단체와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협업 무대는 태백의 문화적 역량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아찔한 줄타기 공연과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국가 무형유산급 공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특히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비보잉 공연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국악 합주단과 밴드들의 무대가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황지연못 주변은 전문 예술가들의 기량과 시민들의 흥겨움이 교차하는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여 단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체험 프로그램 역시 단오의 세시풍속을 충실히 반영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가훈 부채 만들기, 궁궁이 향주머니 제작, 떡메치기 등 손끝으로 전통을 느끼는 활동들이 운영된다. 방문객들은 전통 한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며 앵두화채와 단오 전통주를 시음하는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참여형 콘텐츠는 자칫 박제될 수 있는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태백시는 이번 단오 축제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고대부터 이어온 '태백'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게,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황지연못의 맑은 물줄기처럼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흥과 멋이 이번 태백단오를 통해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예술적 혁신이 만난 이번 행사는 지역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