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사회&단신

익산 미륵산성, 백제 '토루' 확인

 백제 사비기 왕도의 핵심 방어 시설로 꼽히는 전북자치도 익산 미륵산성에서 백제시대의 축성 기법을 고스란히 간직한 '토루(성토대지층)'가 모습을 드러냈다. 익산시는 미륵산 정상 아래 지점에서 흙과 돌을 정교하게 혼용해 쌓은 토축부와 석축부의 흔적을 발굴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통일신라 이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었던 미륵산성이 이번 발굴을 통해 백제 사비기부터 운영된 관방시설임이 명확해졌다. 이는 익산이 백제왕도로서 완벽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고고학적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확인된 미륵산성의 토루는 백제인들의 탁월한 토목 기술을 보여준다. 발굴팀은 풍화암반을 계단식으로 깎아 지반을 고른 뒤, 그 위에 흙을 다져 쌓은 토축부를 확인했다. 특히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기둥인 목주를 세우고 흙으로 둑을 만든 '토제' 시설은 성벽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백제 특유의 보강 수법이다. 토축부 외곽에는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한 석축 시설이 덧대어졌는데, 이는 점토와 암반토를 추가로 성토해 성벽을 견고히 다진 흔적과 함께 발견되어 사비기 미륵산의 운영 실태를 밝히는 핵심 단서가 되고 있다.

 


인근 오금산성에서도 백제 시대의 문서 관리와 보급 체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 대거 출토되어 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24년 집수시설 조사 중 발견된 '봉축편'에는 '정사 금재식(丁巳 今在食)'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봉축편은 두루마리 문서를 분류할 때 쓰던 꼬리표 성격의 목재 막대기로, 여기서 '정사'는 597년 또는 657년을 의미하며 '금재식'은 현재 남은 식량의 양을 뜻한다. 이는 백제가 전시 상황이나 평시 성곽 운영 과정에서 식량 자원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했는지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다.

 

오금산성의 성벽 구조 역시 미륵산성과 마찬가지로 토성과 석성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점토를 활용해 지반을 다진 후 서로 다른 성질의 흙을 교대로 쌓아 올린 판축 기법은 백제 성곽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또한 7~9단가량 보존된 석축 성벽은 20~30cm 크기의 사각형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 쌓았는데, 이는 익산 왕궁리유적에서 확인된 축조 수법과 일치한다. 왕궁과 산성이 동일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건설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익산 지역 전체가 하나의 계획된 왕도 체제 아래 관리되었음을 뒷받침한다.

 


익산시는 이러한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미륵산성, 오금산성, 금마도토성, 낭산산성으로 이어지는 백제왕도의 관방체계를 정립해 나갈 계획이다. 미륵산성 정상부에서 발견된 원형 석축저수조와 그 안에서 나온 '병신년정월기' 명문 목간 등은 이 산성이 위덕왕이나 무왕 시기에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되었음을 증명한다. 성곽을 통해 도성을 보호하는 입체적인 방어망이 확인됨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익산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역사적 가치와 위상은 이전보다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유산청과 익산시는 오는 23일 미륵산성과 오금산성 발굴 현장을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한다. 오전 10시에는 미륵산성, 오후 3시에는 오금산성에서 각각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발굴 조사단이 직접 시민들에게 백제 성벽의 구조와 출토 유물의 의미를 설명할 예정이다. 시는 앞으로도 체계적인 추가 조사와 학술 연구를 병행하여 백제왕도 익산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작업을 지속한다. 현장 설명회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익산시 문화유산과를 통해 사전 신청 후 조사 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다.

 

황지연못, 단오의 흥으로 물든다

로 건너가 아스텍 문명을 세웠다는 설과 튀르키예와의 혈연적 유대감 등 광범위한 역사적 담론을 배경으로 기획됐다. 태백은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로서 지질학적 가치는 물론, 우리 민족의 혼이 서린 성소로 평가받는다. 태백시문화재단은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황지연못 일대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펼친다.축제의 서막은 19일 황지연못에서 거행되는 용신제가 장식한다. 용신제는 물의 근원지에서 한 해의 풍년과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로, 태백단오가 지닌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엄숙한 자리다. 이어지는 일정 동안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혼례 시연과 청소년들의 성년의식례가 진행되어 관람객들에게 우리 고유의 예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과 성인이 되는 이들의 책임감을 공유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담아내며 축제의 깊이를 더한다.공연 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쇼 형식으로 구성됐다. 20일 개막식에서는 '태백, 빛의 단오'라는 주제 공연이 펼쳐지며,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우아한 춤사위와 지역 전통 소리인 태백아라레이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퓨전 국악 밴드와 클래식 오페라 공연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문 예술 단체와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협업 무대는 태백의 문화적 역량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아찔한 줄타기 공연과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국가 무형유산급 공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특히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비보잉 공연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국악 합주단과 밴드들의 무대가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황지연못 주변은 전문 예술가들의 기량과 시민들의 흥겨움이 교차하는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여 단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체험 프로그램 역시 단오의 세시풍속을 충실히 반영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가훈 부채 만들기, 궁궁이 향주머니 제작, 떡메치기 등 손끝으로 전통을 느끼는 활동들이 운영된다. 방문객들은 전통 한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며 앵두화채와 단오 전통주를 시음하는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참여형 콘텐츠는 자칫 박제될 수 있는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태백시는 이번 단오 축제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고대부터 이어온 '태백'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게,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황지연못의 맑은 물줄기처럼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흥과 멋이 이번 태백단오를 통해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예술적 혁신이 만난 이번 행사는 지역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