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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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비웃고 '프로포폴' 또 투약한 강남 원장

 마약류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장소를 옮겨 불법 행위를 반복한 강남의 의료진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 수원장안경찰서는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불법 투약한 혐의로 강남구 소재 피부과 병원장 A씨와 병원 실장 등 2명을 구속하고, 가담한 간호사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에게 돈을 내고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맞은 투약자 12명 역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피의자들이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비웃듯 범행을 지속했다는 점에 있다. 병원장 A씨를 포함한 일부 관계자들은 이미 과거에 근무하던 다른 병원에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자숙하기는커녕 새로 자리를 옮긴 병원에서도 기존에 확보해둔 투약자 명단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범행을 이어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치밀하게 고객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부 및 성형 관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광고를 게시해 신규 투약자를 유인하는 한편, 이전 병원에서 빼돌린 고객 명단을 활용해 은밀하게 연락을 취했다. 의료기관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합법적인 진료를 가장했으나, 실제로는 마약류 공급처 역할을 수행하며 수익을 챙긴 셈이다.

 

범행 방식은 철저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들은 프로포폴 투약 사실을 공식 진료기록부에 전혀 남기지 않는 조건으로 투약자들에게 거액의 현금을 요구했다.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투약 횟수와 양을 조절했으며,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만 진행해 자금 흐름을 은폐하려 시도했다. 경찰은 현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병원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2,788만 원을 전액 압수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병원 관계자들의 범죄 수익금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여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다. 의료진이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마약류를 영리 목적으로 활용한 만큼, 단순 투약보다 죄질이 훨씬 무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 중 재범이라는 가중 처벌 요소가 있어 구속된 A씨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예상된다.

 

보건당국과 경찰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의료용 마약류의 관리 사각지대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식약처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병·의원 내에서 발생하는 은밀한 오남용 사례를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인들이 수사 중에도 범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부처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고 유사 사례에 대한 단속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