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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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 흰 연기 피었다! 첫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 탄생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자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인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8일(현지시간) 선출됐다. 이는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날 오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fumata bianca)가 피어오르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신자들과 시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긴 기다림 끝에 새 교황이 결정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잠시 후,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선 선임 부제 추기경은 라틴어로 엄숙하게 "아눈티오 포비스 가우디움 마그눔: 하베무스 파팜(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Habemus Papam)"이라고 외쳤다. 이는 "여러분에게 큰 기쁨의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에게교황이 있습니다"라는 뜻으로, 새 교황의 탄생을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전통적인 선언이다.

 

이어 선임 부제 추기경은 새 교황이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며, 그가 선택한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라고 발표했다. 교황명 '레오'는 역대 여러 교황들이 사용한 유서 깊은 이름으로, 특히 교황 레오 13세는 사회 정의에 대한 가르침으로 잘 알려져 있어 새 교황의 통치 방향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 교황 레오 14세는 교황명 발표 직후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중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속에 그는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그의 첫 공식 발언은 이탈리아어로 시작됐다. 그는 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이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 평화가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를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무장을 내려놓게 하는 평화이자, 무장을 풀게 하는 평화"라며, 진정한 평화는 폭력과 대립을 넘어선 화해와 이해에서 온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인류가 직면한 분열과 갈등 속에서 교회의 역할을 제시했다. "인류는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에 다가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그리스도를 필요로 합니다"라고 말하며, 그리스도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셨듯 교회와 신자들도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도 서로를 도우며 다리를 놓읍시다. 대화와 만남을 통해 모두가 하나 되는 평화로운 백성이 되자"고 강조하며, 소통과 만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새 교황은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함께 선교하는 교회, 다리를 놓고 대화하는 교회, 이 광장처럼 늘 열린 팔로 모두를 맞이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세상 속으로 나아가 복음을 전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소외된 이들을 포용하는 교회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의 자선과 존재, 대화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갑시다"라며 실천적인 사랑을 촉구했다.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소속으로 수도 사제의 길을 걸었다.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특히 남미 페루에서 오랫동안 선교 및 사목 활동을 하며 현지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국제적인 경험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는 글로벌 교회인 가톨릭을 이끌어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임명하며 신뢰를 보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 출신 첫 교황의 탄생 소식에 미국 사회도 큰 관심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에 큰 영광"이라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은 가톨릭 교회 내 미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북미와 남미 대륙 모두에서 폭넓은 사목 경험을 쌓은 그의 리더십이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제주 55억짜리 숲길, 드디어 열려..

“제주에 조성된 9개의 국가숲길 가운데 하나인 한라산둘레길 6구간, 이른바 ‘시험림길’의 통제가 해제되고, 10월 31일까지 일정 기간 동안 탐방이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산림 연구와 보존 목적에서 통제되던 구간이 일정 조건 하에 개방되는 것이다.시험림길은 어승생악에서 사려니숲까지 총 9.4km 길이로 이어지며, 이 중 약 5.5km가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조성한 시험림에 해당한다. 이 연구 구간은 국내외 다양한 수종을 시험 식재하고 생태적 반응을 관찰하는 산림 과학 연구의 핵심지로, 오랫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되어 왔다. ‘시험림길’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같은 시험림이 자리한 데서 유래한다.이 구간은 과거 연구 보호를 위해 전면 통제되었으나, 생태자원의 공유와 산림교육 목적에 따라 2023년부터 산불 조심 기간을 제외한 일정 기간 동안 탐방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매년 11월 1일부터 이듬해 5월 15일까지는 산불 예방 차원에서 다시 탐방이 금지된다.시험림길은 천혜의 자연림과 조성된 인공림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산림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탐방객들은 삼나무, 편백 등 국내 주요 조림 수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채종원과 클론보존원 등을 직접 볼 수 있어, 우리나라 산림조성의 역사와 숲의 미래까지 함께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이는 단순한 숲길 탐방을 넘어 살아있는 산림학습장이자 숲의 진화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길로, 일반 탐방로와는 확연히 다른 의미를 지닌다. 또한 하늘과 맞닿은 듯한 이색적인 숲길 전경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숲 사이를 걷다 보면 평소 보기 어려운 제주 자생 식물들과 다양한 조류, 곤충류의 서식지도 함께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난대와 아열대 기후가 공존하는 제주의 환경 덕분에 열대성 수종부터 온대림 수종까지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며, 이는 국내 다른 산림과 뚜렷한 차별성을 만든다.한라산둘레길은 2010년 조성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9개 노선이 완성됐다. 본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한라산에 집중되는 탐방객의 발길을 분산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로, 단순한 산책로 조성을 넘어 제주 고유의 생태와 지질, 역사, 문화, 생활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길로 설계됐다. 그 결과, 각 구간마다 제주의 자연적·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탐방로가 형성되었다.2022년에는 이 9개 구간이 모두 산림청으로부터 ‘국가숲길’로 지정되며 제주의 대표적인 생태 탐방지로 공식 인정받았다. 특히 시험림길이 포함된 6구간은 그동안 미개방 지역이었던 만큼 탐방객의 관심이 높았고, 지난해 첫 개방 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지속적인 개방 요청이 잇따르기도 했다.사단법인 한라산둘레길 측은 “이번 개방을 통해 시험림길이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숲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탐방객들도 자연 훼손 없이 숲과 공존하는 성숙한 산행 문화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탐방객들은 사전 예약 또는 지정된 입장 절차에 따라 탐방이 가능하며, 산림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물 반입 금지, 쓰레기 되가져가기 등 몇 가지 필수 준수사항도 함께 안내받게 된다. 제주 한복판의 비경을 품은 시험림길이 다시 한 번 자연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특별한 길로 열리며, 생태적 가치와 산림 교육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