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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경제학 거장 3인, '성장의 비밀' 밝혔다…노벨상 휩쓴 그들의 이론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는 경제 성장의 근본적인 동력을 탐구해 온 세 명의 석학, 조엘 모키어(79)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69) 런던정치경제대 교수, 그리고 피터 하윗(79) 브라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들이 인류의 번영을 이끈 기술 진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비밀을 각기 다른 관점에서 파헤쳐 현대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이번 수상은 ‘성장’이라는 경제학의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중요한 화두에 대해, 거시적인 역사적 통찰과 미시적인 기업의 동학을 결합하여 새롭고 정교한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들의 연구는 단기적인 경기 변동을 넘어, 장기적인 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조엘 모키어 교수는 기술 진보의 역사를 통해 경제 성장의 근본적인 조건을 탐색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특정 사회가 어떻게 지식과 기술을 축적하고 확산시키며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지를 분석했다. 모키어 교수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발명이 성장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회 전반에 수용되고 응용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기반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연구는 18세기 유럽의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어떻게 ‘계몽주의 문화’라는 토양 위에서 꽃피울 수 있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기술과 문화, 제도의 상호작용이 장기적인 경제 번영의 핵심임을 밝혔다. 이는 현대 사회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혁신을 포용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필리프 아기옹 교수와 피터 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을 현대적인 성장 이론으로 정립한 공로로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의 개념을 정교한 수학적 모델로 발전시켜, 기술 혁신이 어떻게 기존의 낡은 기술과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내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독점적 이윤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혁신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기존 기술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도태되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향상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장기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아기옹과 하윗의 연구는 경쟁, 시장 구조, 정부 정책 등이 기업의 혁신 활동과 국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강력한 틀을 제공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인류의 오랜 숙제인 ‘지속 가능한 성장’의 비밀을 각기 다른 차원에서 파헤친 거장들에게 돌아갔다. 모키어 교수가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기술 진보를 이끄는 문화적, 제도적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아기옹과 하윗 교수는 미시적인 기업의 혁신 경쟁과 ‘창조적 파괴’ 과정이 어떻게 경제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규명했다. 이들의 연구는 혁신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이며,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로써 지난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발표된 올해의 노벨상은 경제학상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으며, 수상자들의 심오한 통찰은 앞으로의 경제 정책과 미래 세대의 연구에 깊은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