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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빛낸 단어, 'BE GOOD'의 정체는?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가 가득한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장. 하지만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금빛 트로피만큼이나 작고 하얀 배지에 쏠렸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BE GOOD'(착하게 살자)이라는 두 단어가 새겨진 이 배지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저항의 상징이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다수의 할리우드 스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 배지를 착용하고 레드카펫에 섰다. '어벤져스'의 헐크로 유명한 마크 러펄로부터 코미디언 완다 사이크스, 배우 너태샤 리온, 진 스마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옷깃에서 반짝인 배지는 축제의 장을 순식간에 연대의 현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BE GOOD'이라는 문구는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사망한 르네 굿(Renee Good)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가 아들을 등교시킨 직후 변을 당한 이 사건은 미국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공권력의 과잉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들끓게 했다. 배우들은 그녀의 성(Good)을 인용해 그녀를 기리고 ICE의 행태에 항의한 것이다.

 

특히 일부 배우들은 배지를 착용하는 것을 넘어 직접 목소리를 내며 행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완다 사이크스는 "이 배지는 ICE 요원에게 살해된 엄마를 위한 것"이라며 현 정부를 '불량 정부'라 칭했고, 마크 러펄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유죄를 선고받은 강간범'이라 부르며 강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기 꺼리는 할리우드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들의 집단행동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수상 소감 중 배우 진 스마트는 "배우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음을 안다"면서도, "지금 나는 배우가 아닌 한 명의 시민이자 엄마로서 이야기하고 있다"며 발언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이날 배우들의 행동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르네 굿 사망 항의 시위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요원의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배우들은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무대를 활용해 공권력 남용이라는 반대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전 세계에 이 사건의 부당함을 알렸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