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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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한국인 입국 서류에 '대한민국' 사라진다?

한국과 대만 사이의 오랜 우호 관계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만 정부가 한국 전자입국신고서(K-ETA 등) 상의 국가 표기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국 내 행정 서류에서 한국의 명칭을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대신 '남한(South Korea)'으로 변경하는 초강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과 자유시보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양자 대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지난 1일부터 이미 외국인 거류증 신청 서류상의 한국 국적 표기를 '남한'으로 변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전자여행허가제(K-ETA) 신청 사이트 등에서 대만을 독립된 국가명이 아닌 '중국(대만)'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이자 실질적인 맞대응 조치다.

 

대만 외교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적인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 측이 오는 31일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거나 표기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대만 입국 시 작성해야 하는 '전자입국등록표' 상의 한국 표기 역시 '남한'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을 정식 국가명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대만 측의 이러한 강경 대응 배경에는 한국과의 경제·문화적 교류 규모에 비해 외교적 존중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만 외교부는 "한국과 대만은 오랫동안 경제, 무역, 관광 등 다방면에서 밀접하게 교류해왔으며, 대만은 양측의 우정을 매우 중시한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이 전자입국신고서의 부당한 표시를 수정하지 않고 있어 대만 국민들의 실망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만은 지난해 12월에도 라이칭더 총통과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천밍치 외교부 정무차장(차관)은 "한국은 대만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비우호적인 행위를 지속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며 "새로운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기본적 외교 원칙 하에서 이 사안을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대만과의 실질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국 외교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실제로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이번 논란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라며 한국의 기존 표기 방식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명칭 표기 갈등이 자칫 양국 간 민간 교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을 찾는 대만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도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만 측이 예고한 '31일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대만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단순한 명칭 문제를 넘어 동북아 외교의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는 이번 사안은 당분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