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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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 SN 1987A, 40년 만에 중성자별 정체 드러냈다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나 강렬한 빛을 내뿜다 사라지는 '객성'은 과거 인류에게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현대 천체물리학은 이 신비로운 현상을 거대한 별이 생을 마감하며 일으키는 최후의 폭발인 초신성으로 정의한다. 별은 폭발하는 순간 은하 전체의 밝기와 맞먹는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우주 공간에 새로운 원소들을 흩뿌린다. 이러한 파괴적 사건은 역설적으로 다음 세대의 별과 행성, 나아가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물질을 공급하는 우주의 재활용 공정이다. 인류는 1987년 대마젤란은하에서 발생한 SN 1987A를 통해 초신성 폭발의 전 과정을 정밀하게 관측하며 우주의 진화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별의 최후는 그 시작점인 초기 질량에 의해 결정된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들은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조용히 수축하지만,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들은 초신성이라는 격정적인 마침표를 찍는다. 백색왜성 단계에서는 전자들이 서로 같은 양자 상태를 점유하지 않으려는 '전자 축퇴압'이 중력의 붕괴를 막아내며 안정된 크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별의 질량이 찬드라세카르 한계인 태양의 1.4배를 넘어서면, 중력의 압박이 축퇴압을 압도하며 중심핵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이 찰나의 순간이 거대한 우주 폭발의 서막이 된다.

 


중심핵 붕괴형 초신성은 별의 내부가 철로 가득 차면서 시작된다. 중력을 견디지 못한 중심핵이 붕괴하면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해 중성자로 변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중성미자가 쏟아져 나온다. 극도로 압축된 중성자 물질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강력한 충격파는 중성미자의 에너지를 흡수해 다시 가열되며 별의 외곽층을 초속 수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날려 보낸다. 이 폭발로 인해 우주 공간에는 금, 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되어 퍼져나간다. 우리가 차고 있는 금반지나 몸속의 철분 역시 수십억 년 전 어느 초신성 폭발의 잔해인 셈이다.

 

폭발 이후 남겨진 중심부의 운명 또한 질량에 따라 갈린다. 태양 질량의 8배에서 25배 사이의 별들은 폭발 후 각설탕 한 스푼의 무게가 수억 톤에 달하는 초고밀도의 중성자별을 남긴다. 하지만 질량이 더욱 거대하여 톨만-오펜하이머-볼코프 한계를 넘어서면, 중성자 축퇴압마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한히 수축해 블랙홀이 된다. 때로는 폭발 없이 곧바로 블랙홀로 붕괴하는 '실패한 초신성'이나, 자전 에너지가 집중되어 일반 초신성보다 수십 배 강력한 빛을 내뿜는 '극초신성'이 관측되기도 한다.

 


백색왜성이 동반별의 물질을 흡수하다 폭발하는 Ia형 초신성은 우주의 거리를 재는 '표준 촛불'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일정한 질량 한계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고유한 밝기가 항상 일정하다는 특징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관측되는 이들의 겉보기 밝기를 비교해 해당 은하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해낸다. 반면 SN 1987A와 같은 II형 초신성은 폭발 에너지의 99%를 중성미자로 방출하며 우주 입자 물리학 연구의 핵심 단서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청색초거성도 초신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기존의 항성 진화 이론이 수정되기도 했다.

 

초신성 폭발은 우주의 역사를 새로 쓰는 거대한 사건이자 지구 생명체에게는 잠재적인 위협이기도 하다. 만약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강력한 방사선이 대기층을 파괴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현재 베텔게우스와 같은 인근 거대 별들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며 다음 초신성 관측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의 거대한 폭발이 남긴 잔해 위에서 태어난 인류는 이제 그 폭발의 근원을 탐구하며 자신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다. 별의 죽음이 곧 생명의 시작이라는 우주의 숭고한 섭리는 초신성이라는 화려한 불꽃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58년 만에 열린 안양수목원, '샤' 기 받으러 가볼까

연구를 목적으로 조성된 이후 일반인의 발길을 엄격히 통제해왔던 이곳은 지난해 11월 무료 개방을 결정하며 수도권 최고의 힐링 명소로 떠올랐다. 개방 초기 몰려든 인파로 주변 도로가 마비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으나, 올해 3월부터는 평일 1,500명과 주말 4,0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예약제를 도입해 쾌적한 관람 환경을 구축했다.안양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하고 수십 년간 보존해온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요한 수목원장은 화려한 편의시설은 부족할지 몰라도 국내외에서 수집된 희귀 식물과 노거수들이 뿜어내는 원시적인 생명력이 이곳만의 독보적인 가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관악산 등산로와 연결된 지리적 이점 덕분에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며, 연구용 숲 특유의 정갈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다.숲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숙근초원은 식물 애호가들이 가장 열광하는 공간이다. 노르웨이 베르겐 식물원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수목원에서 들여온 이색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계피를 연상시키는 매콤한 향기로 발길을 붙잡는 디푸수스패랭이꽃부터 전구 모양의 독특한 외형을 자랑하는 타래양파까지, 국내 일반 공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종들이 즐비하다. 연구진의 세심한 관리 속에 자라난 이 식물들은 안양수목원이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살아있는 식물 도서관임을 보여준다.대잔디원 한복판에 설치된 서울대 정문 상징물인 '샤' 조형물의 축소판은 이곳의 최고 인기 포토존이다. 서울대의 정기를 받으려는 수험생 가족과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관람객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이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합격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유쾌한 속설이 퍼지며, 수목원 관람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연구용 부지라는 엄숙함 속에 배치된 위트 있는 조형물은 대학 부속 수목원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낸다.수목원 측은 단순 관람을 넘어 시민들이 숲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와 함께 숲의 숨은 이야기를 듣는 숲해설을 비롯해 산림치유, 목공 체험 등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다만 연구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한정된 인원으로만 운영되다 보니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58년 동안 축적된 숲의 지혜를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열의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안양수목원의 전면 개방은 대학의 자산이 지역 사회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관악산의 울창한 숲과 습지식물원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도심 속 열섬 현상을 식혀주는 허파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생태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반세기 넘게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숲이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모하며, 안양수목원은 자연과 학문 그리고 시민의 삶이 교차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안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