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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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전작권 조기 전환 제동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환수를 국정 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한미동맹의 신뢰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자주적 국방 의지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동맹국으로부터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북한이 연일 신형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하고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상황에서, 정부의 속도전이 자칫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전술순항미사일 시험을 참관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갔고, 북한 외무성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 '영원히 없을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러시아와의 혈맹 관계를 복원하며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북한의 행보는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실존적인 위협이다. 유럽의 노르웨이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프랑스의 핵우산 아래로 들어간 사례는 핵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 측의 입장은 우리 정부의 의욕과는 온도 차가 크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의 목표 시기를 2029년 초로 제시하면서도, 정치적 편의주의가 군사적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는 한국군의 독자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결단만으로 전작권을 넘겨받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은 유사시 한국군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국방 수장 간의 만남에서도 시각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을 만나 전작권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으나, 미국 측은 신중론을 고수했다. 안 장관은 전환 시기가 결국 양국 정상의 정무적 판단에 달렸다고 주장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이는 군사적 실무 준비보다 정치적 합의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동맹의 핵심인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의 전작권 전환은 연합사 해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청와대 안보실 역시 전작권 전환 시기가 양국 정상 간의 결정 사항임을 강조하며 조기 환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양측의 견해차가 크지 않으며 정치적 결정만 남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는 자주국방이라는 명분에 매몰되어 북한의 핵 위협이라는 객관적 실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미군이 요구하는 '조건'은 단순한 장비 확보가 아니라, 위험 상황에서 서로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고한 신뢰와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작권 전환 논란은 자주국방의 상징성과 현실적인 억지력 확보라는 두 가치의 충돌로 귀결된다. 정부는 한미동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환수가 필수적이라고 보지만, 동맹의 한 축인 미국은 한국군의 준비 태세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국내외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이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전작권 문제는 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고질적인 갈등 요소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58년 만에 열린 안양수목원, '샤' 기 받으러 가볼까

연구를 목적으로 조성된 이후 일반인의 발길을 엄격히 통제해왔던 이곳은 지난해 11월 무료 개방을 결정하며 수도권 최고의 힐링 명소로 떠올랐다. 개방 초기 몰려든 인파로 주변 도로가 마비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으나, 올해 3월부터는 평일 1,500명과 주말 4,0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예약제를 도입해 쾌적한 관람 환경을 구축했다.안양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하고 수십 년간 보존해온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요한 수목원장은 화려한 편의시설은 부족할지 몰라도 국내외에서 수집된 희귀 식물과 노거수들이 뿜어내는 원시적인 생명력이 이곳만의 독보적인 가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관악산 등산로와 연결된 지리적 이점 덕분에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며, 연구용 숲 특유의 정갈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다.숲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숙근초원은 식물 애호가들이 가장 열광하는 공간이다. 노르웨이 베르겐 식물원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수목원에서 들여온 이색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계피를 연상시키는 매콤한 향기로 발길을 붙잡는 디푸수스패랭이꽃부터 전구 모양의 독특한 외형을 자랑하는 타래양파까지, 국내 일반 공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종들이 즐비하다. 연구진의 세심한 관리 속에 자라난 이 식물들은 안양수목원이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살아있는 식물 도서관임을 보여준다.대잔디원 한복판에 설치된 서울대 정문 상징물인 '샤' 조형물의 축소판은 이곳의 최고 인기 포토존이다. 서울대의 정기를 받으려는 수험생 가족과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관람객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이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합격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유쾌한 속설이 퍼지며, 수목원 관람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연구용 부지라는 엄숙함 속에 배치된 위트 있는 조형물은 대학 부속 수목원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낸다.수목원 측은 단순 관람을 넘어 시민들이 숲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와 함께 숲의 숨은 이야기를 듣는 숲해설을 비롯해 산림치유, 목공 체험 등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다만 연구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한정된 인원으로만 운영되다 보니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58년 동안 축적된 숲의 지혜를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열의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안양수목원의 전면 개방은 대학의 자산이 지역 사회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관악산의 울창한 숲과 습지식물원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도심 속 열섬 현상을 식혀주는 허파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생태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반세기 넘게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숲이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모하며, 안양수목원은 자연과 학문 그리고 시민의 삶이 교차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안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