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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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도 가자 평화위, 재건 자금 '0달러'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출범시킨 가자지구 평화위원회가 재정적 고립에 빠지며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이 기구는 가자지구의 전후 복구와 평화 유지를 전담할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범 4개월이 지난 현재, 실제 현장에 투입될 재건 자금은 단 1달러도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의 역할을 대신하겠다며 공언했던 장밋빛 청사진이 구체적인 재정 통제 시스템 부재와 정치적 갈등이라는 암초에 부딪힌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워싱턴 회의에서 미국이 100억 달러를 기여하겠다고 직접 선언하며 국제 사회의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이 막대한 자금이 전쟁 비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실제 이행 과정은 참담한 수준이다. 현재까지 실제로 이체된 금액은 전체 공약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그나마 들어온 자금도 운영비 성격에 불과하다. 미 국무부가 평화위원회 초기 운영을 위해 긴급 투입하려 했던 5,000만 달러 역시 미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가로막혀 집행이 중단된 상태다.

 


미 의회 의원들은 평화위원회가 미국의 막대한 자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적법한 국제기구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무부는 평화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입증할 상세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필수적인 재정 통제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자금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회의 단호한 입장이다. 행정부가 주도하는 독자적인 평화 기구가 기존 국제기구와의 협력 없이 자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설립되면서 발생한 예견된 갈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 사회의 냉담한 반응 역시 평화위원회의 자금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유럽연합과 세계은행 등 주요 공여 주체들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가 선행되지 않은 불안정한 안보 상황에서 거액의 재건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안보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추진된 자금 집행 계획이 오히려 국제 사회의 송금을 막는 장애물이 된 셈이다. 설사 미국이 약속한 자금이 전액 집행된다 하더라도, 향후 10년간 필요한 700억 달러 이상의 재건 비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화위원회는 최근 가자지구 재건 사업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며 활동 재개를 시도했으나, 낙찰된 계약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자금 부족으로 인해 가자지구 내부에서의 실질적인 복구 작업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를 도왔던 팔레스타인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평화위원회의 참담한 현주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하마스의 저항이 이어지며 평화 협상 자체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어, 자금 집행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조차 조성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탄생한 평화위원회가 실질적인 성과 없이 표류하면서, 미국의 중동 중재 역량은 시험대에 올랐다. 재건 자금 '0달러'라는 성적표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트럼프식 독자 외교가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가자지구의 폐허 속에서 평화를 기다리는 민간인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평화위원회가 빈 금고를 채우고 실질적인 재건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58년 만에 열린 안양수목원, '샤' 기 받으러 가볼까

연구를 목적으로 조성된 이후 일반인의 발길을 엄격히 통제해왔던 이곳은 지난해 11월 무료 개방을 결정하며 수도권 최고의 힐링 명소로 떠올랐다. 개방 초기 몰려든 인파로 주변 도로가 마비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으나, 올해 3월부터는 평일 1,500명과 주말 4,0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예약제를 도입해 쾌적한 관람 환경을 구축했다.안양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인위적인 조경을 최소화하고 수십 년간 보존해온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요한 수목원장은 화려한 편의시설은 부족할지 몰라도 국내외에서 수집된 희귀 식물과 노거수들이 뿜어내는 원시적인 생명력이 이곳만의 독보적인 가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관악산 등산로와 연결된 지리적 이점 덕분에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며, 연구용 숲 특유의 정갈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다.숲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숙근초원은 식물 애호가들이 가장 열광하는 공간이다. 노르웨이 베르겐 식물원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수목원에서 들여온 이색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계피를 연상시키는 매콤한 향기로 발길을 붙잡는 디푸수스패랭이꽃부터 전구 모양의 독특한 외형을 자랑하는 타래양파까지, 국내 일반 공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종들이 즐비하다. 연구진의 세심한 관리 속에 자라난 이 식물들은 안양수목원이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살아있는 식물 도서관임을 보여준다.대잔디원 한복판에 설치된 서울대 정문 상징물인 '샤' 조형물의 축소판은 이곳의 최고 인기 포토존이다. 서울대의 정기를 받으려는 수험생 가족과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관람객들로 늘 활기가 넘친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이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합격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유쾌한 속설이 퍼지며, 수목원 관람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연구용 부지라는 엄숙함 속에 배치된 위트 있는 조형물은 대학 부속 수목원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낸다.수목원 측은 단순 관람을 넘어 시민들이 숲과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와 함께 숲의 숨은 이야기를 듣는 숲해설을 비롯해 산림치유, 목공 체험 등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다만 연구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한정된 인원으로만 운영되다 보니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마감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58년 동안 축적된 숲의 지혜를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체험하려는 시민들의 열의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안양수목원의 전면 개방은 대학의 자산이 지역 사회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관악산의 울창한 숲과 습지식물원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도심 속 열섬 현상을 식혀주는 허파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생태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반세기 넘게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숲이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변모하며, 안양수목원은 자연과 학문 그리고 시민의 삶이 교차하는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안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