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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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 심정 알겠네" 파인애플 김치찌개 논란

 전 세계적으로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김치와 고추장 등 전통 식재료를 현지 음식과 결합한 이색적인 레시피들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멕시코의 한 SNS 계정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구운 파인애플을 넣어 끓이는 영상이 올라와 한국 누리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당혹스러운 조합일 수 있으나, 이는 매콤한 양념 돼지고기에 파인애플을 곁들여 먹는 멕시코 전통 타코 요리 '알 파스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과일에 칠리파우더를 뿌려 먹는 현지 식문화가 김치찌개라는 한국의 맛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퓨전 요리로 탄생한 셈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를 바라보는 국내 누리꾼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 같다"거나 "이탈리아인이 하와이안 피자를 볼 때의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김치의 신맛과 파인애플의 단맛이 의외로 조화로울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한식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과정에서 현지의 입맛과 식습관에 맞춰 변주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화 전래 현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식 재료의 변신은 비단 멕시코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김치찌개에 카망베르 치즈를 통째로 넣는 레시피가 유행하며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치즈의 고소함이 국물에 녹아들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일본인들도 부담 없이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인 조리법을 고수하기보다 현지인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식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구권에서는 고추장이 디저트 영역까지 침투하며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버터와 흑설탕에 고추장을 섞어 만든 '고추장 캐러멜 쿠키'를 2024년 독자 선정 히트 레시피로 꼽으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매콤하면서도 짭조름한 고추장의 풍미가 달콤한 쿠키와 만나 '단짠'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고추장은 이제 쿠키를 넘어 브라우니나 케이크 등 다양한 서양식 디저트의 핵심 재료로 응용되며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피자와 파스타 소스로 고추장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버터와 다진 마늘, 꿀을 고추장과 섞어 만든 소스는 피자 크러스트를 찍어 먹는 용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스테이크 소스로도 훌륭하다는 후기가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 등에 잇따르고 있다. 밥과 반찬이라는 한국식 식사 구조에서 벗어나, 고추장을 하나의 만능 소스나 시즈닝처럼 활용하는 서구권 특유의 소비 방식이 한식의 대중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한식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보편적인 식재료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은다. 밥이 주식이 아닌 국가에서는 김치나 고추장을 반찬으로 먹기보다 버거, 피자, 감자튀김 등 자신들에게 익숙한 메뉴에 곁들이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통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식문화와 유연하게 결합하며 진화하는 과정이야말로 K-푸드가 세계인의 식탁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