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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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조선'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호칭은 단순히 상대를 부르는 수단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정당성과 지위를 규정하는 고도의 전략적 도구다. 최근 우리 정부 일각과 북한 측에서 북한의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이라는 명칭을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은 위험한 도박과 같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취지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남북 관계가 가진 특수한 역사성과 법적 토대를 간과한 발상이다. 우리가 북한을 정식 국가로 승인하는 순간,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 정부로서의 지위는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영토의 범위를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 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 지역을 우리 영토의 일부로, 북한 정권을 불법 점유 단체로 본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우리가 북한을 '조선'이라는 정상 국가로 부르기 시작한다면, 이는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고 북한의 불법 점유를 합법화해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북한이 최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며 우리를 타국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이에 화답하듯 국호를 인정해 주는 것은, 통일을 향한 헌법적 의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을 정상 국가로 예우하는 행위는 미래의 급변 사태 시 우리의 개입 명분을 약화시킨다. 북한 체제에 권력 공백이 생겼을 때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주변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개입하려 들 것이다. 이때 우리가 북한을 미수복 지역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인정해 두었다면, 우리의 통일 노력은 국제법상 '내정 간섭'이라는 굴레에 갇히게 된다. 한반도 통일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공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우리 헌법 테두리 안의 특수 관계로 묶어두는 전략적 완고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도 북한의 정상 국가화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북한 정권이 자행해 온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훗날 우리 사법 체계로 단죄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북한 지역을 우리 사법권이 미치는 영토로 규정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북한을 완전한 주권 국가로 대우한다면, 그들의 폭정은 타국의 내부 문제가 되어 우리가 개입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 억압받는 동포를 구출하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헌법 전문의 정신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호칭의 경계는 엄격히 유지되어야 한다.

 


경제적 실익 측면에서도 저자세 호칭은 득보다 실이 크다. 미래의 북극항로 시대를 앞두고 한반도 북부의 물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영향력 행사가 필수적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나진항 등을 통해 한반도 북부를 자국 영향권에 편입시키려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의 국제법상 권리를 과도하게 존중하는 태도는 자칫 북극항로의 남단 거점을 부산이 아닌 북·중·러에 양보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경학적 경쟁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지 않으려면 확고한 국가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통일은 서로 다른 두 체제가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이며, 역사는 이것이 대등한 결합보다는 어느 한쪽으로의 흡수 형태로 귀결됨을 보여주었다. 독일이나 베트남, 예멘의 사례처럼 결국은 체제의 우월성을 가진 쪽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우리가 경제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칭에서부터 밀린다면 국민의 통일 의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성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고취하고, 잘못된 통일 전략으로 국가의 미래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