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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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외친 이란 강경파, 종전 협상 판 깨나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며 평화의 기대를 모았던 것도 잠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금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현지시간 8일, 양국은 휴전 연장에 합의하자마자 역대 최대 규모의 상호 공습을 주고받으며 국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발단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카타르 LNG선과 사우디 원유 운반선을 잇달아 공격한 것이었다. 미국은 이를 명백한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응징 폭격에 나섰으며, 이란 역시 바레인과 쿠웨이트 내 미군 시설을 타격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틀간 이란 내 80곳 이상의 군사 목표물을 초토화했다고 발표하며 강경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더해 미 재무부는 휴전의 대가로 약속했던 이란산 원유 판매 제재 철회 조치를 전격 취소하며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란 측 협상 대표인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공고히 하려는 이란의 무력 도발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두고 사실상 휴전 체제가 붕괴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란 지도부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추가적인 강력 공습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상선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미국의 보복 수위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 외무장관 역시 과감한 행동으로 응수하겠다며 맞불을 놓아, 말의 전쟁이 실질적인 군사 행동으로 전이되는 위험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이러한 모순적인 행동 이면에는 심각한 내부 경제 위기와 강경파의 득세가 자리 잡고 있다. 전쟁 여파로 이란의 6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8%를 넘어섰고, 육류와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은 서너 배씩 폭등하며 민심이 흉흉한 상태다.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미국의 제재 완화와 국제 사회의 지원금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징수권과 관리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란 지도부의 오판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정치 지형의 변화도 협상의 걸림돌이다. 최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서는 미국과 타협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강경파의 야유가 쏟아졌다.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 세력은 미국과의 양해각서 자체를 굴욕으로 규정하며 피의 복수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보상보다는 무력 시위를 통해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하며, 이러한 강경 기조가 실제 상선 공격과 미군 기지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로서는 다음 주로 예정된 양국 간의 협상이 공식적으로 취소되지는 않았으나, 60일 내에 종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양해각서 서명 후 3주가 지났음에도 실질적인 진척 없이 무력 충돌만 반복되면서 휴전 체제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 통행 보장이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경제 제재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중동의 긴장감은 당분간 해소되지 못한 채 불안정한 대치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