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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썼나 안 썼나…공쿠르상 후보 작가와 손절한 출판사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후보에서 제외된 소설을 둘러싸고 인공지능(AI) 사용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작품을 출간한 캐나다 출판사가 작가와의 협력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 출판사는 집필 과정에서 AI가 사용됐다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활용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작가는 여전히 소설의 문장을 기계가 작성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캐나다 출판사 보레알은 성명을 통해 아이티계 캐나다 작가 텔리송 오렐리앙(38)과의 직업적 관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출판사는 최근 며칠 동안 새롭게 확인한 정보를 토대로 해당 소설의 집필 과정에서 AI가 사용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작가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과 달리, 추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를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작품은 소설 ‘이것이 아니면 죽음뿐이었다’(C’était ça ou mourir)다. 이 작품은 아이티 출신 교사가 폭력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겪는 위험한 여정을 담았다. 프낙상과 메두사상 등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받았으며, 세계 2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주목받았지만, AI 사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학상 수상 경력과 향후 출판 계획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의혹은 AI 탐지 도구인 팽그램(Pangram)의 검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해당 검사에서는 작품에 컴퓨터가 생성한 텍스트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100%라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작품은 프랑스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만 AI 탐지 결과만으로 소설의 모든 문장이 기계에 의해 작성됐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

 

보레알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소설의 작업 버전을 모두 모아 외부 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일부 문서의 메타데이터에서 AI 관련 태그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메타데이터는 문서의 작성이나 수정 과정 등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어, 출판사는 이를 집필 과정에 AI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판사 역시 AI가 어떤 작업에,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사용 범위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AI 관련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과 소설의 실제 문장들이 AI에 의해 작성됐다는 주장은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레알은 당초 오렐리앙을 계속 지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출판사는 AI 사용 여부를 확실하게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작가와 함께 의혹을 해소할 증거를 모으려 했다. 하지만 추가 분석에서도 의혹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고, 작가가 이후 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출판사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협력 관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오렐리앙은 AI 사용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 AFP에 전달한 입장문에서 의혹을 중상모략이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외국어 관용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 조사 도구를 활용한 적은 있지만, 소설에 들어간 문장 가운데 기계가 작성한 것은 단 한 문장도 없다는 주장이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창작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 AI를 사용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작품 자체를 AI로 집필했다는 의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렐리앙은 자신이 내놓는 해명이 더는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며 현재 상황이 지나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작가는 집필 시점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2017년 말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가 등장하기 수년 전인 2019년에 300쪽이 넘는 초고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초고를 완성한 시점과 이후 수정·보완 과정에서 어떤 도구가 사용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오렐리앙은 과거 다른 글과 관련해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는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주장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지만, 구체적인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과거 표절 문제에 대한 인정과 이번 소설의 AI 사용 의혹은 서로 다른 사안으로,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기계가 문장을 작성했다는 주장을 계속 부인하고 있다.

 

1988년 아이티 고나이브에서 태어난 오렐리앙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고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생활해 왔다. 이민과 폭력,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다룬 그의 소설은 문학상 수상과 번역 출간 계획으로 주목받았지만, AI 사용 의혹과 출판사의 결별 선언으로 작품의 창작 과정과 저자에 대한 신뢰 문제가 함께 불거졌다. 이번 논란은 AI가 창작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는 범위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져야 할 책임을 둘러싼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방콕에 이런 곳이? 인도·중국·말레이 문화 여행

를 사용하는 한국과 달리 여러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다양한 민족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문화가 뒤섞인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여행의 재미는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가 한 도시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살펴보면 여행의 깊이도 달라진다. 태국의 수도 방콕은 이런 매력을 발견하기 좋은 도시다. 태국은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타이족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중국계와 말레이계, 인도계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 살아간다. 따라서 방콕을 여행하면서 태국 고유의 문화만 경험하기보다는 여러 공동체가 만들어 낸 종교와 음식, 거리 풍경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이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이다.방콕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아침을 파후랏의 시크교 사원 스리구루싱사바에서 시작해 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국적과 종교,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방문객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시크교 전통인 ‘랑가르’가 이어진다. 특별한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만 마련되는 식사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음식을 나누는 전통이라는 점이 특징이다.사원에 들어서려면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야 한다. 1층에서는 사람들이 카펫 위에 앉아 아침 기도를 하고 있다. 잠시 기도 공간의 분위기를 느낀 뒤 식사가 제공되는 2층으로 올라가면 방문객들을 위한 음식이 준비돼 있다. 메뉴는 담백한 로티 빵과 콩·감자로 만든 카레, 코코넛 밀크 소스 등이다. 달콤한 밀크티까지 받아 바닥에 앉아 먹는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나누는 모습은 시크교가 중시하는 평등과 나눔의 가치를 보여준다.처음 찾아온 여행객에게도 정성껏 음식을 내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식사 후 설거지를 돕겠다고 제안해도 일손이 충분하다며 사양할 만큼 방문객을 맞이하는 분위기도 자연스럽다. 사원을 방문할 때는 성별과 관계없이 머리에 작은 두건인 루말을 착용해야 한다. 파후랏 일대를 둘러본다면 힌두교 사원인 스리마하마리암만도 함께 방문해 볼 만하다. 시크교 사원과 힌두교 사원은 공간을 꾸민 방식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 종교문화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파후랏은 인도계 공동체가 형성돼 있어 ‘리틀 인디아’로도 불린다. 과거에는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불편했지만 2019년 지하철 삼욧역이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나아졌다. 인도 전통 의상과 향신료, 각종 소품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지만 이 지역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현지 음식점에 들러보는 것이 좋다. 화덕에서 구운 난과 향신료가 풍부한 카레, 탄두리 치킨을 비롯해 여러 음식을 한 쟁반에 담아내는 ‘탈리’는 인도식 한 상 차림에 해당한다. 식사 후에는 달콤한 인도 과자를 차와 함께 맛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파후랏에서 조금만 걸으면 방콕의 대표적인 차이나타운인 야오와랏이 나온다. 지하철로도 한 정거장 거리다. 18세기 후반부터 형성된 이 지역은 중국계 공동체의 역사와 음식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다. 특히 중국의 설 명절 무렵이면 거리가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태국의 중국계 이민자 가운데는 광둥성과 푸젠성, 하이난성 등 중국 남부 출신이 많다. 이들은 낯선 땅에서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이어 왔다. 야오와랏의 중심에 자리한 중국 불교 사원 왓망콘카말라왓은 이러한 문화적 특징을 보여준다. 태국 사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 양식과는 달리 중국 남부의 영향을 받은 건물에 용과 봉황을 장식하고 붉은색과 황금색을 활용했다. 사원에서는 향을 피우고 기도하며 복을 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차이나타운의 매력은 종교시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변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중국 음식점과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식당이 함께 자리한다. 일부 딤섬 전문점은 전통 음식을 세련된 담음새로 선보여 마치 애프터눈 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두유와 두부를 활용한 디저트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된다. 음식의 맛은 물론 공간과 플레이팅까지 즐길 수 있어 미식과 사진 촬영을 함께 즐기는 여행객에게도 흥미로운 장소다.야오와랏의 분위기는 해가 질 무렵 더욱 생생해진다. 거리 곳곳에서 테이블과 의자가 나오고 노점이 이어지면서 밤시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숯불 위에서는 해산물이 익어가고, 중국어와 태국어가 뒤섞인 간판에는 붉은 네온 조명이 켜진다. 여러 언어와 음식, 사람들의 움직임이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은 방콕의 밤을 특별하게 만든다.방콕에서는 말레이계 공동체의 문화도 만날 수 있다. 태국 남부와 말레이시아 북부는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이 지역의 역사적 배경은 오늘날 태국 남부에 말레이계 무슬림 공동체가 자리 잡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방콕 지상철 랏차테위역 인근의 다룰아만모스크는 이슬람 문화와 지역 공동체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태국어와 말레이어를 사용해 예배하며, 금요일이면 주변의 할랄 음식 노점과 식당을 찾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음식은 말레이계 문화를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코코넛 밀크 향이 감도는 밥에 여러 반찬을 곁들인 나시르막은 대표적인 말레이시아 음식이다. 인도식 카레와는 다른 풍미의 말레이식 카레, 쫄깃한 로티 빵, 거품을 풍성하게 내 만든 밀크티 테타릭도 맛볼 만하다. 같은 아시아 음식이라도 지역과 공동체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방콕에서는 하루 동안 여러 문화권의 생활상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아침에는 시크교 사원에서 음식을 나누고, 낮에는 파후랏의 인도계 상점과 식당을 둘러본 뒤 저녁에는 차이나타운의 야시장을 즐길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말레이계 무슬림 공동체의 음식과 종교문화도 접할 수 있다. 이처럼 방콕의 매력은 화려한 사원이나 북적이는 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오랜 시간 공존하며 도시의 일상 속에 녹아 있다는 점이야말로 방콕 여행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