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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롯데-KT 다 제쳤다…두산은 어떻게 'FA 최대어' 박찬호를 품었나

 2024시즌 프로야구 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내야수 박찬호가 마침내 새로운 유니폼을 입는다. 그의 선택은 11년 만에 순수 외부 FA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두산 베어스였다. 두산은 박찬호와 4년 총액 8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금만 50억 원에 달하며, 연봉 총액 28억 원과 인센티브 2억 원이 포함된 조건이다. 이는 박찬호의 기량과 상징성을 인정한 파격적인 대우이자,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핵심 선수에 대한 두산의 절실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박찬호의 성공 신화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성장 드라마와 같다. 2014년 KIA 타이거즈에 2차 5라운드로 지명될 당시만 해도 그는 수비 하나만을 보고 뽑은 왜소한 체격의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기태 당시 감독의 꾸준한 믿음 속에서 기회를 얻었고, 피나는 노력으로 프로의 몸을 만들며 2016년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특히 타격에서의 약점은 그의 발목을 잡는 듯했다. 2020시즌에는 풀타임 유격수로 뛰면서도 규정타석 최하위 타율(.223)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약점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수비력은 이미 리그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타격 능력 향상에 매달린 결과 2023년부터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마침내 공수겸장의 유격수로 거듭났다.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KBO 수비상을 수상했고, 마침내 2024시즌에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았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맹활약은 그가 왜 FA 최대어인지를 증명하는 화룡점정이었다.

 

이러한 박찬호의 가치를 알아본 구단들의 영입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원소속팀 KIA가 잔류에 총력을 기울였고,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롯데와 KT 위즈까지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승자는 처음부터 가장 적극적이었던 두산이었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발 빠르게 접촉한 두산은 경쟁 구단들을 압도하는 계약금 50억 원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현재 박찬호가 거주하는 5억 원대 아파트를 넘어, 단숨에 강남의 50억 원짜리 고급 아파트 주인이 될 수 있는 상징적인 금액이었다. 결국 이 파격적인 조건 앞에 다른 구단들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고, 박찬호는 FA 역사상 최고의 타이밍에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

 

 

 

'맥도날드 저격'하며 태어난 그 운동, 미국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다

임의 중심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가 떠오르고 있다. ‘성스러운 강’이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팜 투 포크(Farm-to-Fork,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맥도날드에 대항하며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미국 서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워서, 슬로푸드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테라 마드레(어머니의 땅)’ 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밖인 바로 이곳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이는 새크라멘토가 단순한 미식 도시를 넘어,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에 맞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구심점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새크라멘토가 이처럼 ‘미국의 팜 투 포크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1852년의 대홍수가 시에라산맥의 비옥한 퇴적물을 센트럴밸리 전역으로 실어 날랐고, 새크라멘토강과 아메리카강이 만나는 풍부한 수량, 강렬한 햇살과 서늘한 저녁 기후가 더해져 농사를 위한 최적의 땅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도시 반경 100km 안에서 거의 모든 식자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요리사의 천국’이 탄생했다.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90% 이상, 세계 3대 자포니카 쌀 생산지, 미국 최대 캐비어 양식장이 이곳에 있으며, 토마토, 올리브, 와인 등도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파머스마켓에 들어서는 순간,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패티와 갓 구운 빵, 신선한 농작물이 뒤섞여 뿜어내는 풍요로운 향기는 이 도시가 가진 땅의 힘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이처럼 거대한 농지가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몇몇 선구자들의 ‘가벼운 우연’과 ‘열정적인 모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민 2세대 농부였던 레이 융이 우연히 얻은 둥근 토마토 씨앗을 심었다가 밭 전체를 뒤덮자, 처리를 위해 현지 레스토랑에 직접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팜(농장)’에서 ‘포크(식탁)’로 이어지는 직거래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 여기에 ‘요리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린 식료품점 아들 대릴 코르티가 가세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누비며 당시 미국에는 생소했던 파르메산 치즈, 트러플, 발사믹 식초 등을 들여와 새크라멘토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들의 노력이 씨앗이 되어 2012년, 케빈 존슨 전 시장은 새크라멘토를 ‘미국 팜 투 포크 운동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새크라멘토의 철학은 결국 ‘시간의 회복’으로 귀결된다. 세계적인 셰프 엘리자베스 포크너는 테라 마드레 행사에서 “내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패스트푸드”라며, 아이들의 ‘인앤아웃 햄버거’ 타령에 씁쓸해했다. 그녀에게 패스트푸드와의 싸움은 곧 자신의 요리를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다. 포크너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 농부와 어부를 직접 만나 제철 식재료를 확인하는 것을 요리의 첫걸음으로 삼는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생산자와의 관계를 맺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는 슬로푸드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멕시코계,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들이 기른 작물이 스페인 음식에 매료된 요리사의 손에서 파에야로 재탄생하는 새크라멘토의 식탁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시간’ 그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