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

중국 선수만 8번 격파…'만리장성' 완벽히 무너뜨린 안세영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호주 오픈 정상에 오르며 여자 단식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안세영은 2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의 강자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를 44분 만에 게임스코어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2025년 출전한 14번째 국제대회에서 10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2023년 자신이 세웠던 여자 단식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9회)을 스스로 1년 만에 경신한 것으로, 명실상부한 '안세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경기 내용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세계 7위 와르다니는 1게임 초반 16-16까지 팽팽하게 맞서며 자국 최강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듯했지만, 안세영은 경기 후반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연속 득점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2게임에서는 안세영의 전매특허인 정교한 헤어핀과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경기 운영에 와르다니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자국 선수의 완패를 지켜본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안세영이 미쳤다", "와르다니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표현하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와르다니 역시 경기 후 "휴식 후 안세영이 경기 속도를 높였고, 난 집중력을 잃었다"고 고백하며 완패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히 하나의 트로피를 추가한 것을 넘어 안세영의 경이로운 2025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올해 10번의 결승전에서 8번이나 중국 선수를 꺾으며 '만리장성' 킬러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세계 랭킹 2위 왕즈이는 결승에서만 6번이나 안세영에게 패하며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글로벌 매체들 역시 "안세영이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며 여자 단식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대서특필하며, 그녀가 이룬 압도적인 업적을 집중 조명했다.

 

이제 안세영의 시선은 배드민턴 역사의 새로운 전설을 향한다. 오는 12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인 BWF 월드 투어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시즌 11관왕을 달성하게 된다. 이는 일본의 배드민턴 전설 모모타 켄타가 2019년에 세운 남녀 통틀어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11회)과 타이를 이루는 대기록이다. 안세영 역시 "모모타의 기록을 깨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며 한 단계씩 나아가겠다"는 차분한 각오를 다졌다. '여제'의 다음 발걸음에 전 세계 배드민턴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맥도날드 저격'하며 태어난 그 운동, 미국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다

임의 중심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가 떠오르고 있다. ‘성스러운 강’이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팜 투 포크(Farm-to-Fork,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맥도날드에 대항하며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미국 서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워서, 슬로푸드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테라 마드레(어머니의 땅)’ 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밖인 바로 이곳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이는 새크라멘토가 단순한 미식 도시를 넘어,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에 맞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구심점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새크라멘토가 이처럼 ‘미국의 팜 투 포크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1852년의 대홍수가 시에라산맥의 비옥한 퇴적물을 센트럴밸리 전역으로 실어 날랐고, 새크라멘토강과 아메리카강이 만나는 풍부한 수량, 강렬한 햇살과 서늘한 저녁 기후가 더해져 농사를 위한 최적의 땅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도시 반경 100km 안에서 거의 모든 식자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요리사의 천국’이 탄생했다.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90% 이상, 세계 3대 자포니카 쌀 생산지, 미국 최대 캐비어 양식장이 이곳에 있으며, 토마토, 올리브, 와인 등도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파머스마켓에 들어서는 순간,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패티와 갓 구운 빵, 신선한 농작물이 뒤섞여 뿜어내는 풍요로운 향기는 이 도시가 가진 땅의 힘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이처럼 거대한 농지가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몇몇 선구자들의 ‘가벼운 우연’과 ‘열정적인 모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민 2세대 농부였던 레이 융이 우연히 얻은 둥근 토마토 씨앗을 심었다가 밭 전체를 뒤덮자, 처리를 위해 현지 레스토랑에 직접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팜(농장)’에서 ‘포크(식탁)’로 이어지는 직거래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 여기에 ‘요리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린 식료품점 아들 대릴 코르티가 가세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누비며 당시 미국에는 생소했던 파르메산 치즈, 트러플, 발사믹 식초 등을 들여와 새크라멘토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들의 노력이 씨앗이 되어 2012년, 케빈 존슨 전 시장은 새크라멘토를 ‘미국 팜 투 포크 운동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새크라멘토의 철학은 결국 ‘시간의 회복’으로 귀결된다. 세계적인 셰프 엘리자베스 포크너는 테라 마드레 행사에서 “내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패스트푸드”라며, 아이들의 ‘인앤아웃 햄버거’ 타령에 씁쓸해했다. 그녀에게 패스트푸드와의 싸움은 곧 자신의 요리를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다. 포크너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 농부와 어부를 직접 만나 제철 식재료를 확인하는 것을 요리의 첫걸음으로 삼는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생산자와의 관계를 맺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는 슬로푸드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멕시코계,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들이 기른 작물이 스페인 음식에 매료된 요리사의 손에서 파에야로 재탄생하는 새크라멘토의 식탁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시간’ 그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