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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는 없다, '돈'으로 보여줘라…최형우의 FA, 삼성과 KIA의 자존심 싸움

 현역 최고령 타자 최형우의 거취를 둘러싼 FA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그의 친정팀인 삼성 라이온즈가 파격적인 수준의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면서 '푸른 피의 에이스'가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고 커리어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FA 시장 개장 첫날부터 최형우 측에 접촉하며 관심을 표명한 삼성은 이후에도 꾸준히 소통을 이어가며 영입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KIA는 최형우 측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어, 최형우가 KIA의 협상 태도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KIA의 이러한 미온적인 태도는 구단의 고질적인 협상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KIA는 전통적으로 내부 FA와 협상할 때 구단이 제시한 최초의 입장을 고수하며 좀처럼 조건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결정 구조의 특성상 현장의 재량권이 넓지 않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과거에도 여러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잔류 계약을 맺고도 서운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올겨울 역시 이러한 흐름은 반복되고 있다. 이미 내야수 박찬호와 포수 한승택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팀의 상징인 양현종과의 협상 역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형우마저 붙잡지 못한다면, 팬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형우의 삼성 복귀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이유는 단순히 KIA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거 최형우가 삼성을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던 '소외감' 문제가 이제는 완전히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FA 자격을 얻어 KIA로 이적할 당시, 최형우는 특정 구단 핵심 인사들로부터 받은 차별적인 대우와 부적절한 언행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 그 문제의 인사들은 모두 삼성을 떠난 상태이며, 이종열 단장을 필두로 한 현재의 삼성 프런트는 과거의 앙금을 씻고 진심으로 최형우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최형우 입장에서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친정팀 팬들 앞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림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매력적인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물론 아직 최형우의 마음이 완전히 삼성으로 기운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KIA 잔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원소속팀이 '진심'을 보여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진심은 결국 금전적인 조건으로 표현된다. KIA가 최형우를 진정으로 잡을 의지가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수긍할 만한 조건을 제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내년이면 43세가 되는 전업 지명타자에게 '오버페이'를 감수하기는 KIA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자칫 무리한 계약은 팀의 미래에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KIA가 현실적인 조건을 고수하며 레전드와의 동행을 멈출 것인지, 아니면 자존심을 건 베팅으로 그의 마음을 돌려세울 것인지, 야구팬들의 시선이 뜨겁게 집중되고 있다.

 

영하 추위에도 200미터 줄 선다…지금 경주에 대체 무슨 일이?

이 있다. 당초 지난 12월 14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내년 2월 22일까지 연장 운영에 들어갔을 정도다. APEC 행사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말 오전 박물관 앞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200미터가 넘는 긴 대기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온라인 예약분이 일찌감치 마감된 탓에 현장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은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이며 몇 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이번 전시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현존하는 6점의 금관 전체가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교동금관부터 서봉총, 금관총, 금령총, 황남대총, 천마총 금관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여섯 개의 금관이 한 공간에서 황금빛 향연을 펼친다. 전시장 내부는 오직 금관의 찬란한 빛만이 돋보이도록 온통 검은색으로 꾸며졌으며, 관람객들은 약 1500년 전 신라 마립간의 절대적인 권력과 위엄, 그리고 당대 최고의 예술성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특히 각 금관의 사슴뿔 장식,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 곱은옥과 수많은 달개 장식 등을 확대해 비교 관찰할 수 있는 비디오 자료는, 장인의 혼이 담긴 수작업의 위대함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금관전의 폭발적인 인기는 국립경주박물관 전체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시간씩 남는 대기 시간 동안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신라역사관과 미술관 등 상설 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기며 박물관 구석구석을 탐방한다. 특히 '신라(新羅)'라는 국호가 '덕업을 날로 새롭게 하여 사방을 아우른다(德業日新 網羅四方)'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은 찬란했던 고대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선사시대 토기부터, 넉넉한 미소로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얼굴 무늬 수막새, 정교한 갑옷 문양이 감탄을 자아내는 기마인물형토기까지, 오래된 것들이 품은 가치와 아름다움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또한 최근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역사적인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금관전에서 시작된 열기는 박물관 담장을 넘어 경주 시내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관람객들은 첨성대와 깊은 갈색으로 물든 계림 숲길을 거닐고, 반월성 해자를 따라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며 신라의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나아가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작품이 기증되어 건립된 '솔거미술관' 역시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미술관 통창이 그대로 액자가 되어 바깥의 연못과 자연 경관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는 포토존은 SNS에서 이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APEC 행사를 계기로 촉발된 경주에 대한 관심은, 수도권 등 원거리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자랑스러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며 도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